한동안 댓글이 잘 되다가 오늘 다시 안되네요.
댓글 달고 싶은 글이 많아 일부러 로그인했는데..
신순화님의 게임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모든 부모에게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일본 아이들도 특히, 남자 아이들이 게임을 정말 많이 하는데 저도 아들이 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적당히만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걸 스스로 통제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10살 이후가 되면 아이들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부모가 중심을 더 잘 잡고,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여러 방법에 대한 연습과 고민이 필요한 때라, 12살 큰아이를 대할 때 저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육아긴장감이 드는 요즘이에요.
다른 댓글에서도 잠깐 썼지만,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겪는 갈등의 양은 거의 항상 일정한 것 같아요.
내용과 주제가 바뀔 뿐. 지금 당장은 아이가 잘 안 먹어서, 집단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등 그런 문제가 절대적으로 느껴지는데 아이들이 좀 더 크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사실, 그런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각한 경우가 많아요.
20년(아니, 평생이겠지만;;)동안은 쭉 겪어가야 할테니, 처음부터 너무 힘빼지 말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살구님이 올려주신 부엌육아 후기를 봤는데 아이가 잘 안 먹는 것 때문에 그동안 많이 힘드셨군요!
첫아이가 그러면 엄마는 더 걱정이 되고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잖아요.
푸르메 님께서도 요즘 먹는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들었는데,
저희 큰아이 경우를 잠깐 얘기해 볼께요.
7년간에 걸친 롱스토리인데, 간략하게 요약하면 보는 사람마다 다 놀랄 정도로 정말 안 먹는 아이었고 이런 시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초등입학전까지 그랬답니다. 그냥 안 먹는 것만으로도 부모로선 걱정인데, 먹는 양이 적어서 소아변비가 오고, 변비로 장이 불편하다보니 점점 더 안 먹게 되고, 배변 때마다 아이는 공포에 떨며 아파하고.. 배변이란 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게 되야하는데 한번 볼 때마다 아이는 땀을 비오듯 흘리고, 엄마아빠는 아이곁에서 그걸 지켜봐야하니.. 사람 할 일이 아니었답니다. 니가 다 안 먹어서 이렇게 다 고생하는 거라며, 아이한테 구박도 많이 하고.. 가끔 너무 속이 상하고 괴로울 땐, 남편에게 아이맡기고 밤에 혼자 자전거타면서 바람에 눈물이 날리고.. 하는 식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웃고 마는데, 그런 시기가 너무 길고 다니던 병원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잘 먹는 방법밖엔 없다고 하니, 아이가 먹든안먹든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먹는 것(엄마 입장에선 먹이는 것)에만 집중하면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그냥 같이 만들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놀면서 먹는 즐거움을 스스로 알수있도록 해 주고, 무엇보다 밖에서 많이 놀았어요. 소박한 도시락이나 간식을 싸서 밖으로 나가면 한 입씩은 더 먹기도 하고 그랬죠.
그랬던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던 때부터 많이 바뀌더라구요.
기본적인 입맛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싸고 엄청 건강해요.
2.8킬로 작게 태어났는데도 지금은 반에서 젤 큰편이구요.
살구님 후기에서 이미 생각을 너무 잘 정리하셔서, 제가 더 드릴 말씀도 없지만
그래도 잘 안 먹는 문제는, 저희집 경우처럼 안 먹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2차,3차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천천히 지켜보셨음 해요. 한때 그런 경우거나, 아니면 예민하거나 섬세한 입맛을 가진 아이들이 특히 먹는 걸 많이 가리더라구요. 어떤 면에선, 이런 아이들이 미각을 더 섬세하게 발달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니 다양한 음식세계를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시도해보면 좋죠.
다 지나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저도 잘, 많이 먹이고 싶은 욕심에 늘 조바심이 나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 이면에, 아이 때문에 음식을 신경써서 해 먹다 보니, 남편과 제가 그 시절 건강이 참 좋았다 싶어요. 그때 소박하더라도 집밥 중심으로 잘 챙겨먹었던 게, 30대 내내 감기도 잘 앓지않았을 뿐더러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에도 의존하지 않고 활기차게 잘 지냈으니 말이죠.
부엌육아가 "천천히 나를 키우는 일"이고,
아이에게 "우리 같이 천천히 자라자." 라고 하신 살구님 이야기는
베이비트리 명대사 코너가 있으면 어디 기록이라도 해두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감사합니다.
blue13g님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후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었답니다.
저도 수많은 육아책들이 '방법'에만 너무 집중하는게 불만이었는데, 삶과 교육을 대하는 기본적인 관점과 방향이 먼저 잡혀야, 방법들도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택으로 곧 옮겨가신다니, 그런 이야기들도 이곳에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아이들 때문에 주택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게, 막상 살다보니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저도 더 구체적인 이야기, 앞으로 차차 써 볼께요.
여유를 가지자고 다짐하지만, 막상 아이와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한숨이 나는 일이 많잖아요.그럴 때, 저는 가끔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검색해서 보며 5분 정도 기분전환해요.
에너지가 넘치는 2피엠의 라이브 무대나 세련된 샤이니의 <셜록> 한편 보고나면,
아, 쟤네들 중에도 어릴 때 잘 안 먹거나, 유치원 안간다고 떼쓰고 한 애 있었을거야. 하면서요.
외국에 있으니, 본방사수는 못하지만,
요즘 슈스케6가 다시 괜찮아진 것 같더라구요.
17살 이예지 양이 부르는 <내일을 묻는다>와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엄마가 선생님이었다는 24살 곽진언의 자작곡<후회>는
왜 그리 감동적이던지요. 두 곡 다, 가사가 참 좋은데, 시간되시면 한번 들어보시길.
다들 자기만의 삶이 담긴 노래를 담담하고 의젓하게, 혹은 너무 근사하게 들려주는 청춘들을 보고 있으면, 엄마들이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고민과 노력과 사랑들로 꽉찬 육아 일상들을 날마다
쌓고 또 쌓았기에 저런 어른으로 성장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내가 보내는 힘든 오늘 하루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는 안심?같은게 들어서요.
내가 젤 힘들었다고, 하드코어 육아였다고, 징징댔는데
아이를 학교보내지않고 집에서 오랫동안 가르치고 돌봐온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런 엄마의 마음을 노래로 위로하려는 아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애틋한지.
역시 힐링은 날마다 필요해요^^
이번주는 베이비트리에서 진심이 담긴 좋은 글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참 뭉클하고 행복했습니다!
결국 이 말이 하고싶었던 건데, 너무 길게 썼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