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뉴스보다 북의 사격훈련 뉴스를 헤드라인으로 올리는 언론들의 그 속 보이는 의도가 역겨워서 내 아이에게라도 분단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7살이면 제 나름의 이해가 있겠지.


-형민아, 형민이가 나중에 군대를 가게 되면 말야.
-군대가 뭐야?
-군인 아저씨들 알잖아, 총 들고 나라 지키는 아저씨.
-아, 악당들이 나타나면 총 쏘는 사람?
-악당은 누구야?
-악당은 외계인이야. 외계인이 나타나서 군인 아저씨가 총을 막 쏘는데 악당이 안죽는거야.
-안죽어?
-총을 맞아도 안죽었는데 갑자기 외계인이 다 죽었어.
-왜?
-미세먼지를 너무 많이 마셨거든.

이 따위 나라를 만들었다는 게, 겨우 이런 어른이라는 게 미안했다가 부끄러웠다가 참담했다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겨우겨우 일어서려는데 그 찬 바다 속 너희들을 두고 벌였다는 추악한 거래 소식에 도로 털썩 주저 앉는다. 주저앉아 멍하니 사과꽃 피는 걸 보다가 울고 글 한 줄 썼다가 지우고 참혹하다 참혹하다 중얼거리며 불면의 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이 덕분에 웃는다. 치유의 핵심은 일상성의 복원이라고 이명수씨가 말했었지. 아이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 덕분에 일상을 챙기고 아이 덕분에 이렇게 다시 통신을 띄우며 새삼 분노하는 법을 배운다. 아무렴, 지구를 정복하고도 바이러스에 쓰러지던 외계인 영화에 비하면 미세먼지가 강력하고 말고. 이 먼지 가득한 시절 너야말로 맑은 바람이고 말고.

그래, 아들아. 지금 당장은 분단보다 분노가 먼저구나. 지금 당장은 이 분노를 차갑게 식혀 단단한 돌맹이로 만드는 일이 먼저구나. 그래, 지금은 돌맹이를 주머니 속에 갈무려 두고 만지작거리며 손에 익힐 때. 

- 농부 통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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