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통신 15
예전에 말이야 예덕선생이라는 분이 계셨어. 예덕선생. 온 동네를 다니면서 똥을 푸신 분이지. 그 양반 스타일이 이래. 딱 변소 앞에 서면 말이야. 너 똥? 나 예덕이야. 그리곤 바가지로 열나게 푸는 거야. 변소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열나게.
장담컨대 예덕선생 즉 똥퍼아저씨가 없었다면 우리 민족은 호미 대신 말고삐를 잡고 대륙을 노략했으리. 농경문화에 끼친 똥퍼아저씨의 공이야 진작 연암선생이 기린 터, 후생은 똥퍼아저씨로 상징되는 밥의 순환이 놀랍고 새삼스럽다.
밥을 먹는다, 똥을 눈다, 모인 똥을 똥퍼아저씨가 밭으로 나른다, 그 똥을 거름으로 농부가 농사를 짓는다, 수확을 한다, 수확한 곡식으로 밥을 짓고 먹는다, 그리고 또 똥을 눈다. 밥과 똥이고 똥이 밥인 소박한 밥의 한살이.
이 완벽하게 생태적인 싸이클이 깨진 건 화학비료가 똥의 자리를 대신하면서부터. 비료를 뿌리기만하면 똥거름 뿌리던 시절보다 두배나 수확하는데 굳이 똥장군을 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랴. 이 마법의 가루 덕분에 아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고-울 오마니는 어렸을 때 들이나 남의 집에서 볼일을 보면 왜 거름을 버리냐고 외할아버지께 혼이 나셨단다 - 어른들은 계절마다 두엄더미를 뒤집는 수고를 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화학비료를 거름으로 농사 지은 지 대략 반세기. 증산이 목표였던 시절은 진작 지나 먹기는 쥐똥만큼 먹는데 살 빼는 것만 걱정인 희한한 시절이 되었지만 화학비료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 땅이 점점 산성화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 땅에서 나는 먹거리는 부실공사. 그 먹거리를 먹는 우리 아이 아토피만 노심초사.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지 않는 이유는 한 됫박의 깨알 수만큼이나 많지만 어쨌거나 나는 담배를 끊었고 담배를 끊은 것처럼 화학비료도 차츰 끊을 예정이다. 똥퍼아저씨가 완성했으되 지금은 끊어진 밥과 똥의 완벽한 순환을 복구하는 길이야말로 우리 아이 아토피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파쇄기를 빌려 전정한 사과나무 잔가지들을 부셨다. 밭에 뿌리면 결국 거름이 될테지. 성경에도 있다잖던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땅에서 난 것은 땅에게.
예전에 말이야 예덕선생이라는 분이 계셨어. 예덕선생. 온 동네를 다니면서 똥을 푸신 분이지. 그 양반 스타일이 이래. 딱 변소 앞에 서면 말이야. 너 똥? 나 예덕이야. 그리곤 바가지로 열나게 푸는 거야. 변소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열나게.
장담컨대 예덕선생 즉 똥퍼아저씨가 없었다면 우리 민족은 호미 대신 말고삐를 잡고 대륙을 노략했으리. 농경문화에 끼친 똥퍼아저씨의 공이야 진작 연암선생이 기린 터, 후생은 똥퍼아저씨로 상징되는 밥의 순환이 놀랍고 새삼스럽다.
밥을 먹는다, 똥을 눈다, 모인 똥을 똥퍼아저씨가 밭으로 나른다, 그 똥을 거름으로 농부가 농사를 짓는다, 수확을 한다, 수확한 곡식으로 밥을 짓고 먹는다, 그리고 또 똥을 눈다. 밥과 똥이고 똥이 밥인 소박한 밥의 한살이.
이 완벽하게 생태적인 싸이클이 깨진 건 화학비료가 똥의 자리를 대신하면서부터. 비료를 뿌리기만하면 똥거름 뿌리던 시절보다 두배나 수확하는데 굳이 똥장군을 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랴. 이 마법의 가루 덕분에 아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고-울 오마니는 어렸을 때 들이나 남의 집에서 볼일을 보면 왜 거름을 버리냐고 외할아버지께 혼이 나셨단다 - 어른들은 계절마다 두엄더미를 뒤집는 수고를 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화학비료를 거름으로 농사 지은 지 대략 반세기. 증산이 목표였던 시절은 진작 지나 먹기는 쥐똥만큼 먹는데 살 빼는 것만 걱정인 희한한 시절이 되었지만 화학비료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 땅이 점점 산성화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 땅에서 나는 먹거리는 부실공사. 그 먹거리를 먹는 우리 아이 아토피만 노심초사.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지 않는 이유는 한 됫박의 깨알 수만큼이나 많지만 어쨌거나 나는 담배를 끊었고 담배를 끊은 것처럼 화학비료도 차츰 끊을 예정이다. 똥퍼아저씨가 완성했으되 지금은 끊어진 밥과 똥의 완벽한 순환을 복구하는 길이야말로 우리 아이 아토피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파쇄기를 빌려 전정한 사과나무 잔가지들을 부셨다. 밭에 뿌리면 결국 거름이 될테지. 성경에도 있다잖던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땅에서 난 것은 땅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