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를 무엇으로 때울까.
산골마을로 이사온 뒤 자주 봉착하는 고민은 의외로
식탁에 올릴 메뉴에 관한 문제였다.
마땅한 재료가 없거나 특히 요리할 맘이 없을 때.
외식과 배달음식이 넘쳐나는 도시 생각이 간절하다.
사실 오늘 저녁에도 그랬다.
재료도 없고, 이미 저녁 시간이 다 돼서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정성껏 요리하고 싶었다.
왠지 부담이 되어 미루고 있었던,
베이비 트리 생생육아 코너에 글을 하나 올렸더니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아, 속닥속닥 게시판의 편안함이여! ㅎㅎ)
야채함을 열자 상추와 사과조각, 깻잎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시원하고 매콤한 게 먹고 싶었는데, 비빔국수를 하면 되겠군!
팔팔 끓어 오르면 찬물을 한 대접 들이붓는 걸 세 번 반복하는 동안,
상추와 깻잎 양파 사과를 썰고 묵은지를 송송 다지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기분이 좋아 사진까지 찍어두고, 동치미를 꺼내 상을 차렸다.
그런데 이런, 고추장을 듬뿍 퍼 담은 것이 문제였다.
아니, 중간에 간을 잘 안보는 습관이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맛있겠다~"며 군침도는 감탄사를 쏟아내던 남편이
몇 젓가락 뜨다 말고,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소금 넣었어?"
하필 그 때, 아이는 제 밥그릇을 바닥으로 툭 떨어뜨렸다.
즐겁게 요리했던 나의 뿌듯함과 자랑스러움도 함께 추락했다.
카페트에 계란과 밥알과 동치미 국물이 스며들었고,
안 그래도 짜서 미안했던 마음은 분노로 변해버렸다.
난 모른 척 소금국수, 아니 비빔국수만 계속 퍼올렸다.
우리가 다시 대화를 나눈 건
각자 몫의 국수를 다 먹고, 참외를 깎아 먹은 뒤였다.
"여보 나 요리할 때 소금 거의 안 넣는다.
국수 양념장에도 당연히 안 들어가지.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봐.
그래도 짠 음식에 소금 넣었냐는 건 너무했어.
바보한테 바보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가 중얼거렸다.
"난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오늘의 교훈.
사랑도, 요리도, 대화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간을 꼭 볼 것!
끝까지 먹어 준 그에게 심심한 감사와 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