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 벌써 보름이 지났네요. 베이비트리 독자님들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예전엔 새해가 되면 어떤 포부도 가지고 열심히 무언가를 하려는 욕구도 생기고 했는데, 이제는 '아..나이만 먹는구나..'라며 별 느낌없이 또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14년 또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정말 고리타분한 연설이지만 ^^)꿈을 가지고 생활해보려고 합니다! 아자!
흔히들 한해의 계획의 하나로 책을 많이 읽어야지...라며 계획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책!책! 정말 좋은 건 너무나도 잘 압니다. 하지만 책 읽기가 계획안에 포함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책의 장르도 무궁무진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있고, 굳이 종이로 된 책을 들지 않아도 우리는 터치 하나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형태가 아니라도 우리는 매일매일을 여러가지 정보를 읽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그래서 책이라고 한정짓기보다는 눈으로 보는 광고문구나 뉴스거리, 기사글 등의 모든 것을 '책'이라고 한다면, 생활 속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읽기거리를 경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권의 권수로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책을 즐기는 것, 생각을 나누는 것, 책문화를 생활화하는 것을 목표로 가져보려고 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제까지 경험한 미국 학교의 독서교육이 최선의 방법이자 대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번 생각해볼만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기대해보면서 미국학교의 독서교육의 현장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유치원과 1학년 과정을 중심으로 제시되었습니다.
#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
미국 학교에 들어서면 중앙에 위치한 넓고 아기자기한 도서관
단층으로 이루어진 아이의 학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중앙에 도서관이 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벽화에 숲이 그려져 있어서 마치 숲속에 온 듯한 따뜻한 느낌을 받습니다. 따로 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통로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선반위에는 사서분이 추천하는 그 달의 책들이 올려져 있고, 장르별로 책들이 구분되어 꽂혀 있습니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을 먹은 후 원하면 언제든지 도서관에 들어와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년 별로 요일을 정해서 책을 2권씩 대여한 후 일주일 후 반납하는 시스템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 연령별 개인별 수준별 읽기 프로그램
미국의 공립 유치원으로 들어가면 읽기 교육이 하나의 중요한 연령별 과제입니다. 일주일에 한권씩 레벨이 표시된 책들을 집으로 보내고 아이와 함께 읽기를 격려합니다. 이때 함께 온 안내문에는 책을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거리들의 목록을 주고 있습니다.
1.책을 읽기 전 생각해볼 것-제목, 그림 ,이 책에 대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어떤 이야기일지 예상해보기, 질문거리
2.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볼 것-어떤 내용인지 이해가 되었는가? 명확한 소리로 읽고 있는가? 모르는 단어는 어떤 것이 있는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페이지 다시 읽어보기
3. 책을 읽은 후 생각해볼 것-책의 스토리에 대해 생각해보기, 내가 생각했던 것과 실제 이야기와 비교해보기, 나의 생활과 이 이야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해보기, 내가 읽어보았던 다른 책과 어떤점이 다르고 같은지 떠올려보기
이러한 목록을 한번 보고 나니 아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은 감이 왔습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레벨의 책이 제공되고, 또 학교에서는 그룹을 지어서 비슷한 레벨의 아이들과 책읽기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1학년이 되니 책을 통한 보다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요소들로 구분된 등장인물, 장소, 사건, 해결에 대해 적어보기, 주인공의 생각이 이야기 처음과 끝에 어떻게 달라졌나 살펴보기, 주인공과 비슷한 나의 경험 적어보기, 두 책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같은 점, 다른 점 찾아보기, 이야기의 결말 다르게 만들어보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선택해서 읽기, 하루에 최소 30분 혼자 책 읽기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책읽기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별모양 안경을 쓰고 star reader로 명칭하며 기념촬영!
# 재미있는 도서관 프로그램
요즘 큰 아이는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잘 끝내면 받는 플라스틱 tag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몇개 받았나 세어보기도 하면서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제공한 도서관 프로그램으로는 한 유명한 그림책 저자의 책 3권 읽고 독후활동하기(그림책 표지 꾸미기, 친구들에게 책소개하기, 책의 한 페이지 꾸미기, 북마크 만들기 등), 책 주인공 호박으로 꾸미기(추수감사절 기념 가족 참여 프로그램), 12권의 책 읽고, 읽은 책 메모를 사서에게 전달하면 2권당 한개의 퍼즐조각을 받아서 퍼즐 조각 완성하기, 사서가 선정한 책 장르(사실 정보책, 환상그림책, 과학책 등) 3권 읽고 독후활동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서관 프로그램명이 적힌 테그들 호박으로 표현한 피터팬 독서 후 완성한 퍼즐 그림
# 북페어, 책기부, 생일책
학교에서는 분기별로 북페어를 합니다. 시중의 책들을 낮은 세금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먼저 아이들이 도서관에 전시된 판매하는 책들을 보고 원하는 책들의 목록을 적어오면 부모는 함께 북페어 기간동안 학교를 방문해서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북페어에 가보니 연령별 추천 책부터 선정 도서 및 어른책들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사들이 "wish list"에 학급에서 필요한 책들을 적어놓은 게시판이 있는데, 원하는 부모들은 리스트에 적힌 책을 구입해서 학급에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저도 큰 아이의 학급에 책을 기부하려고 구입하니 책 표지에 기부한 아이의 이름을 적어주더군요. 아이의 이름이 적힌 책이 교실 한켠에 놓인다는 것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생일을 기념하는 책기부도 있습니다. 사서가 구입하고자하는 그 해의 책 리스트 중 한 권을 구입할 수 있는 돈과 함께 생일책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서는 책을 구입하고 생일날짜와 함께 아이의 이름을 책 안에 적어주고, 기부한 아이가 첫 대출을 할 수 있는 특권을 줍니다. 그 외에 집에서 사용한 책들은 상시 기부를 받고 있고, 제 3국에 책보내기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아이들은 즐겁게 학교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가정이 연계해서 아이의 책읽기를 도와주는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에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있었던 곳은 기적의 도서관이 새로 생겨서 아이들이 참 좋아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동네 도서관에서도 한달에 두번 무료로 동화활동을 재미있는 동극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책과 연관된 무료 공연이나 이벤트에 선착순 접수를 하기 위해 부모가 혈안이 되어 있는 것, 무질서한 도서관 예절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독서문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은 엿볼 수 있었으나 한국의 학교에서는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학교의 노력에 말맞추어 저희 집에서도 한번 독서문화를 만들어보려고 계획중에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둘째도 만 5살로 충분히 참여가 가능해진 것을 기념해서 아이들과 생각나누기를 중심으로 진행해볼까 합니다. 좋은 결과들이 있다면 베이비트리 독자분들과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