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노라 고백하고 이 곳에 글을 쓸 찰라만 틈틈히 엿보다 더 황당한 일이 생겨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몸을 흔들어대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던 딸이라 만 세 살이 되자 발레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뭐, 배운다기 보다 가서 맘껏 흔들고 집에 와서 제발(!) 잘 자라는 엄마의 염원이 담긴 첫 사교육이었지요. 딸은 자신이 젤로 좋아하는 핑크 발레복을 입고 전면 거울 앞에 서서 선생님의 시선도 놓치지 않으려는 초집중력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이기는 해도 화요일은 밤새 깨지않고 자는 효도를 하기 시작했죠.
몇 주 전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내년 봄 발표회를 계획하고 있으니 열심히 해서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대에 한 번 서고 나면 아이들의 의욕이 달라지고 부쩍 크는 느낌이 든다는 말씀도 함께요. 배운지 얼마나 되었다고..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어도 깜찍한 의상에 화장까지 하고 이 엄마아빠의 딸바보 본능을 일깨울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행복해졌습니다.
지난 주, 구체적인 일정과 대략적인 비용이 담긴 알림장을 받았습니다. 헉, 순간 제 눈을 의심했죠.
세 곡 정도 무대에 올릴 예정인데 주말에 진행될 추가 수업과 의상, 무대 대여료 등등을 포함 10-15만엔(현재 환율로 백만원은 거뜬히 넘는다는...)이 든다는 겁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이게 총 비용인데 참가하는 아이들이 모두 나눠 내라는 이야기인가 또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현재 반에 딸아이 말고 또 한 명이 더 있는데 그 아이 엄마는 알림장을 받는 자리에서 참석을 확답하는데 전 메일로 답을 드리겠노라 하고 집에 왔습니다.
딸이 좋아서 하는 거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지원해주고 싶죠, 그러나 이건 제 상식으론 살인적인 일본 물가를 십분 고려한다쳐도 무리여도 보통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께 아이가 아직 어리고 무대에 서는 부담을 아직은 주고 싶지 않노라, 계속 잘 해야한다는 압박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등 비용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불참석을 알리려고 합니다만 혹시, 만에 하나 딸이 같이 하는 친구가 발표회 준비하는 걸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하거나 소외감 같은 걸 느껴 위축되면 어쩌나 엄마의 걱정은 날로 늘어갔습니다.
이럴 때 베이비트리안님들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전 소신껏 아이가 어리니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고 혹시 아이가 발표회 이야기를 꺼내면 잘 이야기 해 볼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 글을 이 순간도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