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동물원의 달달한 분위기를 이어가 보렵니다^^
댓글들을 보다가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해, 라는 말을 들은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명의 첫사랑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좋아해본 것도 첫사랑이요,
좋아했으되 실제로 사귀어본 것도 첫사랑이요,
초등학교 때 사귄 것은 너무 어렸을 때니까
중학교 때부터 사귀 것이 첫사랑이요,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 사귄 첫 상대를 진정한 첫사랑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 <보통의 존재>, 이석원, '말과 선언' 가운데.
저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 아이 한 둘,
중학교 때는 학원에서 같은 반이던 남자 아이 두 셋,
고등학교 때는 다른 학교 방송반 아이와 깡패 오빠 한명을 좋아했었고,
남자 친구는 고등학교 때 한 명, 대학교 1학년 때 한명 있었는데
그런 짝사랑이나 허울만 보이프렌드인 사람들을 만날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감정,
'이런게 사랑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첫 사랑은,
가슴이 시릴 만큼 그립고
옆에 있어도 보고싶을 만큼 보고싶고
뒷골이 땡길 만큼 나를 열받게 하고
그만 생각 나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는데,
대학교 2학년 때 만난 그가 바로... 제 남편이랍니다 ㅎㅎ
첫사랑과의 결혼이라... 낭만적으로 느껴지시나요?
좋은 점이 분명히 있어요.
함께 한 시간이 길다보니,
특히 서로가 서로를 첫사랑이라고 여기다 보니
뭐랄까 이런게 운명이구나 싶고 때론 13년이 지난 지금도 애틋하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닥치는 일들, 예를 들어 임신 출산 육아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달까.
그래도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나에게 다른 사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나뭇잎들이 불그름해지고 바람이 차가워질 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해지는 그런 '다른' 첫사랑이 있었다면.
그나저나 저는 미술관 옆 동물원이 나왔을 땐
연합을 맺은 다른 남고의 방송반 친구를 좋아할 때였답니다.
그 이유는... 당시 내 세계의 중심이었던 서태지랑 좀 닮아서 흐흐흐
모두들, 유쾌하고 따뜻한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