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많은 비가 내렸었죠?

그 비가 땅 위에만 내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에도 내렸었답니다... 흑흑

아침부터 정성껏 차린 밥상을...

딸아이와 아들녀석은, 먹기 싫다고 툴툴거리고, 꼭 먹어야대냐고 따져묻고..

남편은 너무 피곤해서 생각없다며 나가버리니..

아, 이럴 땐 실컷 몸단장 하고 나간 데이트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바람을 맞아, 간신히 터덜터덜 걸어보는 그런 기분이에요.

 

그러다가, 장마임에도 무심코 빨랫줄에 내걸은 빨래를 보니..

그 꼬라지가 딱 저 같더라구요.

눅눅하고, 축축하고, 조금 있으면 쉰내도 풀풀 풍길 것 같은....

 

'장마 증후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상태에... 곰팡이라도 피기 전에, 

뭔가 수를 써야겠다 싶어서...저는, 그만,

그동안 다이어트 한다고 줄여왔던 하루의 칼로리 섭취량을 무시하고

생각나는대로 마구마구 먹어댔답니다... --'''

 

일단, 아침을 굶었으니, 아점이라 생각하고, 식빵을 꺼내 놓곤

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둘렀어요. 그 위에 식빵을 올려놓고, 소금을 살살 뿌렸죠.

음~~~ 버터의 고소함과 소금의 짭짤함.. 그리고 바삭해진 식빵이 얼마나 맛있던지요.

버터에 마늘을 다져 넣고 파슬리 가루를 넣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것 빼고도, 한 입 먹는 순간 천지가 새로이 열리는 황홀함에 젖어 들었답니다......

 

IMG_20130618_143350.jpg

 

조금 있으니, 둘째 녀석이 낮잠에서 깨어 배고프다고 울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밥을 챙겨주는데... 이런,,,,

아이 반찬으로 미역줄기와 깻잎나물을 식판에 놓는 찰나,

고소한 들기름 향이 코끝에 어른거리며 군침이 자꾸만 목구멍을 적시더라구요.

버터에 식빵까지 먹어놓고선...

어떻하지? 고민하는데...제 손은 벌써 냉장고를 열고,

고추장과 들기름을 꺼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별 수 있나요? 비볐죠.. 냠냠 맛나게.

고추장은 조금만 넣었어요.

시어머님이 얼마 전 담아주신 김치가 너무 매워서, 한 입 먹으면 위장은 물론,

간과 허파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것 같아..

깻잎향이 이렇게 입안을 호사스럽게 할 수 도 있다는 깨달음과,

온몸이 얼얼해지는 김치로 정신 좀 차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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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엔... 사진은 없지만,

전에 먹다 남은 삼겹을 해동시켜 묵은 김치와 딮 허그 시켜놓고,, 된장과 매실즙을 넣어

팍팍 끓였습니다. 그리고 두부까지 잘라 넣으며,, 이걸, 돼지고기 두루치기라고 해야하나요?

암튼, 뭐 그런 음식도 했지요.

왜 또 그랬냐고 묻거든,,,,, 혹시나 남편이 일찍 올지 몰라서 라고.. 하고 싶지만,,

남편이 집을 찾는 일은 월례행사나 다름없고, 사실 늦을 거란 것도 99.9999% 예상했으니..

채소칸에서 몇날며칠 빈둥거리는 상추를 위한 배려였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

그리고.... 문제는. 밤 이었어요. 아이들이 잠든 밤.

 

아,,, 기분전환하러 아이들 데리고 동네 슈퍼에 갔다가,

두 녀석들에게는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요구르트와 우유(저희 집 애들이 장이 않좋아서 유제품을 자제해왔거든요), 그리고 '퍼니'라고 빨대안에 초콜릿 알갱이가 들어있어 우유에 꽂아 먹으면 초콜릿이 녹아서  초코우유로 순간변신하는 그런 기발한 식품도 사주었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 세계맥주 다섯병을 선물했지요....

그 맥주들을, 일단 시작은 맛있는 KGB로 했답니다.

안주는 황태채를 구워, 간장과 마요네즈, 청양고추를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며 말이죠..

아,, KGB 두병만 마시고 끝 하려고 했는데,,

이 술이라는 것이.. '판도라의 상자'와 다름없잖아요...

삿포로와, 기네스, 하이네킨까지...... ㅜㅜ

 

그동안 '절제의 미 (味)'를 추구해왔는데 정말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구요...

식탐의 끝을 보고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어요.. 여기서 '겨우'라고 말한 건...

집안에 있던 포도주를 먹느냐 마느냐.. 뭐 그런 고민을 억눌렀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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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내 마음대로 보내고 나니,,,

확실히 기분전환은 되더라구요.. ^____^

 

단,,, 일주일동안, 샤워할 때 절대 거울은 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답니다...

거울에 비친 뱃살 보면, 먹은 것들 다 게워내고 싶어지겠죠??

 

또다시 무더위가 찾아왔다가, 태풍 '리피'가 북상한다는데...

그 끕끕함을, 하루쯤은.. 식탐 종결자가 되어 기분만은 맑음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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