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는 엄마와의 유대감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와 동시에 오이디푸스를 아주 강렬히 겪고 있기도 하지요.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엄마의 미모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믿는 엄마 맹신도입니다.
꼬마의 아버님, 즉 제 남편은 연애하던 시절부터 저를 “김태희 보다 예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닭살 돋는다고, 이거 깔때기냐고 하시는 분들은 절대절대 안심하셨으면 합니다.
전 웃기지도 않았습니다. 거.짓.말. 내가 아는데!! 난 김태희가 아니란 말이죠.. 제가 김태희 보다 예쁘면, 무당벌레도 조류입니다. --;;
남편은 본인 생각을 말한 게 아니라, 아내의 기분을 최소한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는 “정답“을 말한 것에 불과한 거니까요. 참 이해가 안 갑니다. 너무너무 말도 안 되는 하얀 거짓말 아닙니까?
그럴싸한 눈빛 연기라도 곁들었으면 뭐..제가 아주 조금쯤은 믿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이틀 전, TV에서는 예쁜 두 탤런트가 맛집기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습니다.
꼬마가 갑자기 “아~ 나는 저 이모들보다 엄마가 훨씬 훨씬 이쁘다~~”라고 했습니다.
평소처럼 “김태희 보다 예쁘다”고 하든지, 가만 있든지 했으면 아무 일 없었을텐데, 굳이!!
“그 말을 진짜 믿냐”며, 그저 엄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꼬마의 소리라며,
기분 좋아있는 저에게 핀잔을 주었더랬습니다. 빠직 --+
“뭐야~ 김태희 보다 이쁘다고 할 땐 언제고? 그럼 자기가 말해봐. 내가 이뻐 쟤네가 이뻐? ”
그랬더니, 이것보라며 이럴까봐 자기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나요..세상에..
그러게 왜 믿을 수가 없는 찬사를 던져서 오히려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걸까요..
세상에 진짜로 김태희보다 예쁜 마누라가 머 얼마나 될까요..?
이래서 제가 그 말을 믿지 않은 거였어요..
진작에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 칭찬을 하지 말지, 이제와서 속 마음을 털어놓으시니 여간 기분이 찜찜합니다.
그리고 저는.. 말을 잃었습니다.
지난 6년짜리 거짓말의 실체를 너무 뒤늦게 알아서 힘이 빠졌습니다. ㅋㅋ
꼬마에게 요즘 사극에 나오는 김태희를 바라보며, 확인해보았습니다.
“꼬마, 너 엄마가 예뻐, 저 이모가 예뻐?”
눈 속에 별빛을 담은 것처럼 대답해줍니다. “엄마!!”
그래, 거짓말 찬사를 던지려면 최소한 요 정도의 연기력은 필요한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