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이사

자유글 조회수 5200 추천수 0 2013.04.28 09:06:15

집 근처 천변에 가득 핀 벚꽃을 구경하려고 꼬마와 손잡고 나섰다. 웬일인지 흔쾌히 따라 나서기에 기분 좋았는데.. 울리는 전화벨 소리, 모르는 전화번호..

집주인 입니다. 6월에 전세 만기 돌아오죠. 나가 주셔야 겠습니다.”

? 저흰 이사 다니지 않으려고 계약 연장하려고 했었는데요…”

그러시면 지금 그 집을 사시던가요~ 저희가 들어가든지 팔든지 해야겠습니다.”

아이고..! 신혼 첫 집부터 지금 이 세 번째 집까지, 지난 6년 간 오른 전세금만도 1억이지만, 매번 쫓겨나듯 집이 팔리고 이사를 나왔다. 이번엔 그 징크스가 깨지려나 기대하고 있었다. 세 번을 이사하다 보니 안정된 주거지에 대한 욕구가 매우 충만한 상태이거늘.. 여지없이 이사를 가야 하겠네.. 아들과 함께 정다운 꽃 길 산책 데이트를 시작하자마자 기분이 빠른 속도로 망가졌다.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활기찬 사진도 찍어주려고 했는데, 엄마는 온통 이사 생각에 사로잡혀 휘적휘적 걷기만 했고, 아들의 포커스에 맞지 않는 셔터포인트에만 집착한 나머지 형식적인 사진 몇 컷만 찍고 말았다. 게다가 갑자기 추워지기까지 했다.

- 아들, 우리 이사가야 한대.

- , 이사? 엄마 나 이사 가기 싫어~ 여기 좋단 말이야.

내 책이랑 장난감들이랑 다 가져갈 수 있어?

 

- 당연하지~ 우리 물건은 다 가지고 가는 거야.

- 그럼 저 방문은 못 가지고 가는 거잖아~~ 하며 울상 (--? 문짝은 왜 가지고 가겠다는 것인지)

- 벽이랑 문짝이랑 여기 달려있는 건 못 가져가

- 안돼~ 여기 4(현재 우리 집)을 다 떼어서 가져가야지!

- .. 그러면 이 아파트 무너져 아들아….

꼬마가 의미 있게 겪는 이사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기도 했다.

집주인, 집을 빌려서 쓰는 우리 가족.

설명하다 보니 새삼 집 없는 설움에 마음 복잡하기만 하다.

왠지 느낌에, “이사에 대한 꼬마의 스트레스가 생길 거라는 것이 예감되었다.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하여 아무렇지도 않을 기질이 전혀 아니기에..

이사를 갈 때 어떤 걸 가지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제는 이사 가려면 몇 일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도 눈을 뜨자마자부터…!

새로운 집을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다음 번 집은 우리가 좀 더 편안하게 마음 놓고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래어 본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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