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도 고마운 이웃이 있습니다. 꼬마와 동갑친구가 사는 그 집에 한 번 놀러 가면 돌아오기 힘들답니다. 거의 매번, 울며 더 놀다 가면 안되냐며 떼를 쓰거든요. 밤 열 두시가 다 되어 돌아오면서 말이죠.. 혼자 자라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기질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저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 혹시 지난 번 제 글을 읽으셨다면, 남자 4번 님이 그 집 친구아빠 되십니다. ^^ )
친구 그립고, 놀아줄 사람 많은 걸 좋아하는 꼬마까지 데리고 실내놀이터를 다녀와 주시던 날..
열 시가 다 되어 돌아와놓고도 더 놀겠다며 우는 녀석을 윽박지르고 야단치고 어르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하는 소리가 사뭇 충격적입니다.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들은 나랑 많이 안 놀아 준단 말이에요~! ”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사람 그리워하는 내 아들이 친구가 없단 말인가? 왕따야? 이 야심한 밤에 담임선생님께 연락해서 따져보아야 하나? 하는 성급한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꼬마가 좋다고 3년째 같은 반에 따라온 친구가 이제는 자기랑 안 놀아 준다며,
그러니까 옆집 친구와 더 많이 놀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야단치던 것도, 윽박지르던 것도 멈추고 일단 한 번 안아준 후 심문절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막 6살이 된 꼬마네 반에는 LEG*에서 나오는 닌자*에 빠진 친구가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꼬마는 파워레인저를 졸업하고, 닌자고에 아주 흠뻑 빠져있지요.
친구들이 잘 모르는 닌자고 놀이를 계속해서 하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사는 모습이나, 꼬맹이들 사는 모습이나 비슷하네요…
같은 공감대, 비슷한 정서들을 나누며 친해지고, (닌자고 놀이하기)
배려하고 (나는 닌자고 놀이 하고 싶은데, 친구들 좋아하는 파워레인저 놀이해주기)
그러다 토라지기도 하고 (파워레인저만 좋아하는 친구들이 섭섭함)
어쩔 수 없는 상황 (친구들은 아직 닌자고의 재미를 모름)
그로 인해 빚어지는 오해들 (친구들이 나랑 놀아주기 싫어한다고 생각함)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위로로 힐링 됨 (엄마와 생활동화를 읽으며 친구 마음 이해하기)
이런 거 저런 거 다 싫으면 혼자 놀던지, 아니라면 섞여서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겠지요.
그 선택은 누구나 그렇듯, 스스로 당당하게 하는 거니까요..
다만, 엄마의 바램은 큰 갈등이나 상처 없이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노는 꼬마되기.
생각해놓고 보니 나도 완벽하지 못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네요.ㅋㅋ
쨌든 여차저차, 수없이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타일러주고 안아주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정말 안 놀아줬을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특별히 신경 써 줄 만한 상황은 아닌 것이지요. 헉- 했던 엄마의 마음이 가라앉고, 설명해주었어요. 친구들과 노는 방법, 친구들의 마음 등등.
- 닌자고 놀이가 좋아? 아님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좋아?
“음..친구들이랑 닌자고 놀이를 오~~래 하는 게 좋아”
잘 듣더니만, 대답은 저렇습니다. ㅋ..
꼬마 힐링은 제대로 됐으니 그걸로 된 걸로~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는 좀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