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통신 17

자유글 조회수 3945 추천수 0 2014.04.02 06:34:57
농부 통신 17

7살 아들이 밥을 먹다 말고 중얼거린다.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우 신미.
어이어이 아들. 그건 7살 짜리가 밥 먹다가 중얼거릴만한 단어들이 아니잖아.

이제 막 글을 깨치고 있는 아들에게 식탁 옆에 붙은 달력은 훌륭한 한글 교재. 조계종 축서사에서 나온 달력이라 모든 날짜 옆에 갑자가 표기되어 있는데 그걸 읽은 것. 그러면서 불상사진을 보며 한마디 한다.

"어, 저 아저씨 절에서 봤었는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다보니 걸으면서도 간판 읽기 바쁘다. 일호상회. 강원반점. 삼일슈퍼. 국제신발. 준비된 젊은 일꾼. 응?

아하. 여기저기 붙은 선거용 플래카드를 읽었구나. 둘러보니 건물마다 걸렸다. 그런데 어라, 죄다 빨갛네. 아무리 경상도 내륙의 오지라지만 이건 너무 빨간 거 아냐? 푸른색은? 그래도 구색은 갖춰야지. 싸우기도 전에 철수하면 어쩌냐고, 싶은데 아들이 묻는다.


 "저 아줌마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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