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 드리며 어쩌다 보니 퀴즈를 냈었죠?


지구촌 어딘가 있는 마을에서, 다문화적 가정환경 안에서 아이를 모국어로 키우는 아줌마....정도로 알고 읽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궁금해 해 주시는 걸 보면서..


베이비 트리가 일종의 육아 공동체구나, 새로운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따듯하게 반겨주는구나..


마음이 훈훈해지며 고마웠습니다.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한국이라는 단일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며 사시는 것 같아, 괜히 이런 글을 써서 뭐하나......라는 제 나름의 우려도 없지 않았으나,,,,

다소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도 늘어가는 다문화가족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더불어, 아직은 눈팅만 하고 계신,,,,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시며, 아이를 이중언어로 키우시는 분들 중, 저의 이야기를 읽으며 격려 혹은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꾸준히 이중언어 교육 경험담을 나눌 예정이에요. 아직은 진행형이니 스스로도 공부하며 기록하며 다짐하려고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저도 아이를 임신했을때만 해도 이중언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어요. 현지어학원을 다니며..애 나오면 공부 못한다는 생각에 현지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만나게 된 동네친구. 자기 모국어인 영어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더군요.

전혀 국제적이지 않고, 전통적이기 그지 없는 이 시골 마을에서...완벽한 영국 악센트로 영어를 하는 그 아이들을 보니... 귀엽고, 기특하더라고요.

"와~ 어떻게 이곳에 살면서 아이들을 모국어로 키웠니..? 나도 우리 애 낳으면 한국어로 키우고 싶은데 "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 친구..너무 반가워하며 한참을 이중언어 교육에 대해 말하더라고요. 요지는...가족들, 친지들, 유치원, 학교 선생님들을 포함한 동네 사람들이 너무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상식이 없고, 존중을 해주지 않는데 모국어 전수는 중요한 것이며 장기적으로 볼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엄격하게 고수할 필요가 있다.. 였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항상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집에 널려있는 책들, DVD들, CD.. 케이블 티비..모두 영어였습니다. 현지어는 집밖에서, 학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집안의 환경을 최대한 영어천국으로 만들어놨답니다.


그 친구는 현지어가 모국어인 영어처럼 유창했습니다. 알고보니, 친정어머니께서 이곳 출신, 영국에 시집가셔서도 당신 모국어로 이중언어교육 시도... 도중 외부의 압박<? 아이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학교선생님의 권유>으로 인해 포기하셨지만, 결국 딸 둘은 엄마의 나라로 돌아와 다시 언어를 배우고 여기서 이곳사람들과 결혼에 살고 있다는 긴 이야기가 배후에 있었어요.


자기 어머니가 이중언어교육을 하시다 도중  포기하셨기 때문에, 이 친구는 엄마의 한을 풀어보고자<?> 열심히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다행이 어렸을때 이곳 언어를 배웠기 때문에 발음이 좋았던 거고요. 미국 어느 대학 연구결과, 부모 둘다, 혹은 한쪽이 외국인이고 모국어를 전수받지 못했을 경우 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언어를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많데요. 대학때 다시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의 효과는 더할나위없이 좋다고...


이 친구는 원래 자신의 반쪽인 영국을 싫어했었데요. 근데 이곳으로 오게되어 살다보니.. "나 아니면 이 아이들에게 영국의 언어와, 문화와, 감성을 전달해 줄 이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자신이 묻으려 했던 영국의 혼이 속에서 되살아나... 아이들에게 전수를 시켜주고 싶은 열심으로 불타올랐답니다.


타향살이 하시는 분들 어느정도 아시겠지만, 저도 그 느낌 알죠. 내 속에 언제 이런 애국심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내 언어, 내 문화를 아이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그 마음.  


그 친구네 큰 아이들은 우리가 처음 만날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현지어가 부족하다, 아이들의 현지어에서  영어 억양이 강해 알아들을 수가 없다. 집에서도 현지어를 써라.. 등등 많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히 버티고...아이들이 현지어만 쓰려고 할때도 친구가 아이들을 살살 달래고, 꼬득이고, 설득해서..


지금은 중학교에 간 첫째아이가 현지어와 더불어 모국어인 영어도 읽기 쓰기 포함...완벽히 하여 학업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을 뿐더러 엄마에게 많이 감사해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중언어교육에 있어서만은 독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이 친구는 제가 위기를 만날때마다 계속 해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이중언어교육을 하고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도 꼭 같은 길을 걷는 동지를 만날 것을 추천합니다.

더불어 인터넷 이중언어 공동체나 책들도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요기 밑에 들어가시면 이중언어 관련 웹사이트 주소들이 모아져 있어요.

http://www.omniglot.com/links/bilingual.htm#kids


강추 드리는 책은....

바바라 A. 바우어의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2012, 서울: 구름서재, 박찬규 옮김)이라고.. 제가 고마워하는...어려움을 만날때마다 펼쳐드는 책입니다.

자기 자식들을 이중언어로 키운 언어학 박사가 쓰신 책이고 다중문화 가정에서 이중언어로 아이를 키우는 사례도 많이 나와 있어요. 대부분 사례를 보면... 도중에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거치지만, 결국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가 물려준 유산을 고마워 한다... 라는 결론이에요.

 집필 목적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게 아니”고, “이중언어를 둘러싼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언어와 문화유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
 참고로...국제언어이자, 이웃나라 언어인 영어는 이곳에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해도 어려움이 많아요. 일단 현지어를 배우는데 방해가 된다 싶으면 가족이나 학교 등 주변에서 만류합니다. 언어적 위상이나 노동시장에서의 유용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어는 오죽하겠어요. 흑..제 주변 한국 친구들 중에는 아이들이 단체생활/공교육 시작하면서 한국어 말하기를 거부하여 나중엔 엄마까지도 아이들에게 현지어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곳 사람들은 대대로 국제무역을 하며 먹고 살았었기 때문에 특히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는 주변 유럽나라들의 언어는 쉽게 배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언어에 대해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나중에 필요가 있으면 다 하려니.. 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2개 국어 이상, 대학을 졸업하면 3개 국어 이상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언어 실력은 졸업 후에도 유지되는 편인데 이는 실생활 속에서 늘 사용하기 때문이래요.


일상에서 3개국 이상의 신문이나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 만화영화도 더빙을 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내보내고 오히려 현지어를 자막으로 처리합니다. 한 친척의 경우....공부를 잘 못해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하고 직업학교를 간 경우인데... 한국에서 우리 가족 방문했을 때 보니...영어회화를 잘 하더라고요.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니... "텔레비젼에서 배웠어."라고...(텔레비젼 엄청 보거든요.)-.- 현지어가 영어와 어원이 같은 게르만계라..더 쉽게 배우기도 하고요.


이곳은 (제가 아는 한..)어린이나 청소년이 다니는 영어학원이 없습니다.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고, 성인들만 필요에 따라 영어학원에 다닙니다. 울 시엄니도 외국인 며느리 들인다며 저 시집오기 전 몇달간 영어학원 다니셨데요. 제가 현지어 못하던 시절에는 영어 곧잘 하시더니.. 제 현지어가 늘면서 영어 다 잊어버리셨다는.....벼락치기의 효과가 짧긴 하죠..ㅋ..


--------------------------
암튼,,,, 길고, 재밌지 않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자주 뵈요.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6 [자유글] 사랑을 나누는 ‘엄마의 기술’ imagefile 양선아 2010-04-27 12026
15 [자유글] “아이와 함께 출퇴근” 기업 어린이집 늘어 [한겨레 3월31일자] imagefile babytree 2010-04-26 13888
14 [자유글] 아이돌보미 지원 축소…맞벌이부부 ‘한숨’ [한겨레 3월31일자] imagefile babytree 2010-04-26 18690
13 [자유글] 드라마 찍느라 힘들지만 ‘나눔약속’ 떠올리면 힘나 [한겨레 3월17일자] imagefile babytree 2010-04-26 9653
12 [자유글] 국격 높아진다는데 복지수준 ‘바닥’ [한겨레 3월15일자] imagefile babytree 2010-04-26 16181
11 [자유글] 지방재정 악화 복지사업 직격탄 [한겨레 3월2일자] imagefile babytree 2010-04-26 9203
10 [자유글] 보육시설 95% 사설…돈없는 부모는 괴로워 [한겨레 2월23일자] imagefile babytree 2010-04-26 11822
9 [자유글] 두살 미만 아이, 감기약 함부로 먹였다간 imagefile 김미영 2010-04-21 18271
8 [자유글] 24시간 가까이…다른 방법은 없었다. 대한민국 3% ‘모유 만세’ image 양선아 2010-04-20 12685
7 [자유글] 밥상머리 자녀 교육, 매우 중요하다 imagefile 김미영 2010-04-20 12904
6 [자유글]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를 보라 imagefile 김미영 2010-04-20 10383
5 [자유글] 제때 잘 먹인 이유식, 비만·알레르기 예방 image 김미영 2010-04-20 15291
4 [자유글] `안절부절 아이 버릇’ 더 많이 안아주세요 imagefile 양선아 2010-04-20 17341
3 [자유글] 적기 교육이 중요하다 imagefile 김미영 2010-04-20 12463
2 [자유글] 나이들어 엄마되기 `걱정이 병' imagefile 양선아 2010-04-20 16214
1 [자유글] 아빠와 몸놀이, 키 쑥쑥 좌뇌 쑥쑥 imagefile 양선아 2010-04-19 14997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