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연휴에 태안 대야도 어촌 갯벌체험을 다녀왔어요.
그 흔한 갯벌체험이라지만
큰 아이가 11살이 되도록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더 늦기 전에 다녀왔답니다.
산골과 논밭을 체험하며 어린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갯벌의 생태계가 낯설고 징그러워서 그동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었는데 더 늦으면 아이들이 가기 싫겠다 싶어 갯벌체험을 나섰습니다.
태안의 대야도 갯벌체험 체험비를 내니 장화랑 호미랑 조개 담을 통을 하나씩 주더군요. 저처럼 갯벌이 처음인 분들도 몇분 계셨지만 대부분 2~3번의 갯벌체험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이들도 그런듯 보였구요. 그래서인지 별다른 설명없이 무작정 갯벌로 안내를 하더군요.
물이 빠진 갯벌은 드넓은 들판처럼 보였는데 조약돌들이 있는 길과 뻘만 있는 곳으로 나뉘었어요.
뻘만 있는 곳은 발이 빠지고 위험한 곳도 있어서 주로 조약돌이 있는 길로 다녔어요.
자 그럼 조개를 캐볼까요.
체험 한시간여가 다 되가는데도 조개통에는 2~3개 조개만 달랑!!
호미로 갯벌을 파니 조개는 껍데기만 보이고 빨간 갯지렁이가 많았지요.. 으...
아이들과 왔으니 징그러운척도 못하고 즐거운척 열심히 갯벌을 팝니다.
'도대체 조개는 어디에 있다는거야?'
궁시렁 거리는데 저멀리 통에 가득 조개를 담아오는 어른들이 보입니다.
그분들이 있던 바다에 더 가까운 곳으로 가보니 5~10cm만 파도 조개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여기다 싶어 큰 아이와 함께 열심히 팠지요.
열심히 파서 십여개의 조개를 주으니 저멀리서 물 들어온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개가 눈에 보이니 더 열심히 호미로 갯벌을 팝니다.
다시한번 물 들어온다고 외치는 소리에 그만 손을 털고 일어납니다.
알고보니 지금은 갯벌체험하기에는 물 빠지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고 조개도 적다고 하더군요.
첫 갯벌체험인데 너무 늦었던 것이지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터덜터덜 걸어나오는데 갯벌에 들어갈때 갯벌 초입에서 열심히 조개를 캐고 계신 할머니 두분이 우리를 부르십니다. 무슨일일까 궁금해하며 할머니들 곁에 가니 캐신 조개를 우리의 빈 조개통에 가득 담아주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게 웬 횡재냐 쾌재를 부르며 좋아라 했습니다.
우리 뿐만이 아니라 조개를 많이 못 캔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체험을 마치고 도구를 반납하러 체험안내장에 가서 얻은 조개도 바닷물에 씻고 손도 씻고 하는데 아까 그 할머니들이 그곳에 계신 것이 아니겠어요? 알고보니 이곳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험장이었는데 저희처럼 조개를 못캔 사람들을 위해 할머님들이 열심히 캐서 담아주신 것이었어요.
이렇게 고마울수가요. 조개 캐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덤으로 조개까지 얻어 집으로 향합니다.
다음날 아침.
갯벌체험은 짧았지만 공휴일에 태안까지 왔다갔다 하느라고 온 식구가 쉽게 눈을 뜨지 못했어요.
눈을 뜨고 나니 생각지 못한 조개가 '나 살아 있어요~'를 외치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갯벌체험도 처음인데 조개 손질이라니...
하지만 엄마는 늘 강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도 척척하게 마련이지요.
작년에는 생물 꽃게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조개입니다.
아침 10시. 인터넷을 뒤져서 조개 해감하는 방법을 찾아 익히고 조개 뚜껑을 열었습니다.
으.. 밤새 바닷물에 해감한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칫솔모양의 솔을 들고 조개 하나하나를 씻습니다.
제가 본 방법은 '조개 껍데기를 하나하나씩 씻어주고 바닷물 농도의 소금물에 1~3시간정도 해감한다. 소금물에 스테인레스 포크나 스푼을 넣고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어두운 곳에 두면 조개들이 바닷속인지 알아서 해감이 더 잘된다.. 등등 ' 였지요.
조개를 하나씩 씻는데 보니 조개 껍질에 새겨진 모양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심지어는 경이로울 정도로 예쁜 모양도 많았어요.
조개 모양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약 2~3kg? 정도의 조개를 하나하나씩 씻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점심먹자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대충 마무리를 하고 소금물에 담가 통을 어두운 곳에 두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오전 내내 서서 조개를 씻었더니 밥차릴 힘이 안나더군요.ㅋㅋ
저녁 6시.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해감을 했는데 당연히 잘됐겠지라는 생각으로 조개 담은 통의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조개들이 하얀 속살을 내보이며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요리 하지?
조개탕은 사먹어보고 남이 끓여주는거 먹어보기나 했지 생물 조개를 가지고 끓여본 적은 없거든요.
다시 검색에 들어갑니다.
해감한 조개를 물에 넣고 끓여 뽀얀 국물이 우러나오면 무와 마늘 등을 넣고 더 끓인다.
간단합니다.
무를 하나 사서 조개탕 도전..
일단 팍팍 끓이다 무와 마늘을 넣고 더 끓이고 조금 싱거운듯해서 소금을 조금 넣고 집에 있던 부추도 넣습니다.
비주얼은 괜찮아 보이는데 조개를 씹었을때 갯벌의 진흙이 씹히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성공입니다.
아빠가 첫입에 씹은 조개에서 '우지직...' 소리가 난 것 빼고는 모두 깨끗합니다.ㅋㅋ
조개탕 맛을 본 때가 저녁 9시..
조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하루 죙일 조개와 씨름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었군요.
생물 조개를 캐서 조개탕을 끓인다는 것이...
찬바람 부는 저녁에 시원한 조개탕...
직접 캔 조개라면 더없이 맛있겠죠?
하지만 전 내년에나 다시 도전해 볼랍니다.ㅋㅋ
아 아직 냉동실에 넣어둔 조개가 있는데
이번엔 조개가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에 도전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