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동안 문경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엄마와 이모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서 자식들이 마련한 소박한 여행이었죠.
쌍둥이도 아닌데 엄마는 새벽에, 이모는 저녁에 같은 날에 태어나 지금까지 각별합니다.
해외여행 보다 가족들 모두 함께 했으면 하는 당신들 바람에 사위, 손자 할 것 없이 모두 모였습니다.
문경부터 안동까지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함께 하니 다들 얼굴에 웃음꽃 가득했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둘째날 생일파티입니다.
둘째날 저녁 펜션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하는 사이
펜션 안에서는 깜짝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도 깜짝 파티에 한 몫 단단히 했어요.
펜션 문 꼭 잠그고 누가 올때마다 확인하는 작업을 했거든요. ㅎㅎ
생일케익 축하를 하고 그동안 친척언니와 제가 몰래 몰래 친정에서 훔쳐온(?)사진을 스캔하여 만든
동영상을 틀었답니다. 보는 내내 온 가족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다들 우니 석이도 눈물지어 버렸네요. 엄마와 이모는 물론이고 아빠와 이모부까지 감격에 겨워 뜬 눈으로 밤을 새울 정도였어요.
두 분에게 참 쉽지 않은 인생이었어요.
먹고 사는 것도 힘든 가정에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해 생활전선에 전전하다 결혼해서도 쉽지 않은 시집생활을 하셨죠. 얼마 있지도 않은 흑백사진 속에 그 삶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것 같아 동영상 만들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서로 의지하며 지금까지 같은 동네에서 사니 어쩌면 두 분이 전생이 부부였나 싶어요.
사흘만 연락이 안 닿아도 안절부절 할 정도니까요.
집에 와서도 평소 표현을 잘 못하는 엄마가 정말 고맙다고 얼마나 많이 말씀하셨는지 몰라요.
별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좋아하시니 제 동생과 친척 동생이 올 가을 단풍놀이를 계획했다네요.
아들들과의 여행이라니 낄 수 없겠지만 벌써 흐뭇합니다.
이제 시작인 우리 엄마, 이모!
다른 것 없이 건강만 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