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수면.
밤새 선풍기 바람을 맞고 부은 얼굴로 맞이한 아침.
집에서 싸온 간단한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공동샤워장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갯벌체험 고고씽!
주인아저씨에게서 소개받은 몽산포 해변.
머드라 부르는 진득한 갯벌이 아니고, 고운 모래에 가까운 해변이었다.
이곳은 대중에게 널리 공개되었다. 그래서 체험 비용 없이 조개를 캘 수 있었다.
Tip : 장비(호미와 갈퀴)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매점에서 빌릴 수 있다.
맛조개를 잡을 때는 소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갯벌 체험은 물이 빠지는 시간을 미리 알고 가야 한다. 10시에 도착하니, 벌써 물이 저만치 빠져있었다.
우리의 조개 포획장(?)을 휘휘 둘러보니,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는 아저씨떼들이 밀집모자를 쓰고 열심히 땅을 파고 계신 것이 보였다. 저기로구나!!!
설명하신 아저씨 말에 따르면 “밭”이 있다고 했다.
호미나 갈퀴로 갯벌을 5cm쯤 푹 파서 헤치면 동죽으로 추정되는 조개가 나왔다.
하나가 발견되면 그 주변을 좀 넓게 파헤치는 식으로 조개를 캤더니
어느새 크린백으로 반 봉지 정도를 캘 수 있었다.
조개잡이 체험뿐 아니라, 썰물 때 미처 빠지지 않은 물길에서 발을 찰방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남들 다 한다는 점핑 샷도 찍어보았다. 즐거웠다.
나는 한발짝 떨어져서 아들과 아버지의 유대감 키우기에 말없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ㅋ
확실히 뭔가 재밌는 공유거리가 있으면 가까워지기 쉬운 것 같다.
덜 친한 아빠와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이벤트다.
점심도 간단히 캠핑카에서 라면을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잔 후,
이번에는 안면도에 있다는 “쥬라기 박물관”을 향했다.
평소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즐겨 찾는데, 서대문에서는 2층에만 살짝 있는 공룡체험 부스를 1,2층에 걸쳐서 전시관을 꾸며놓았다. 커다란 공룡 골격들, 실제처럼 꾸며진 움직이는 공룡, 사냥한 초식공룡을 먹고 있는 벨로시랩터들 등. 남자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만한 전시였다.
전시관 뿐 아니라, 야외에는 실물크기의 대형 공룡모형들로 테마공원이 꾸며져 있었다. 연못에 빠진 트레지노사우르스와, 알로사우루스로 추정되는 크디큰 공룡의 똥고에서 이어지는 미끄럼틀은 웃음이 날 정도로 재밌는 아이템이었다. 쌩뚱맞게 공룡들 사이에 서있는 외계인(에어리언에 나오는 기계 외계인, 늑대인간 등) 덕분에 나도 신나게 구경을 했다.
폐장시간이 6시인데 낮잠 자느라 5시에 입장한 우리 가족은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와야 했다. 다음 번 태안 쪽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다시 한 번 꼭 들러보고 싶었다.
우리 첫 캠핑의 마지막 저녁 만찬 메뉴는 미트스파게티!
파스타는 남편이 준비했다.
설거지도 남편이 했다.
화로 세척도 남편이 한다.
어머, 분리수거까지 남편이 다 했다!!!
그럼 나는 즐겁게 짐을 싸야지~ ㅋㅋ
연애시간까지 통틀어서 (부득이하게 자신이 솔선수범 해야만 했던 임신기간 제외) 남편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리 가족 일에 동참하고, 집중하고, 우리 가족을 위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내 인고의 세월이 빛을 보나 했는데, 서울 돌아오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ㅋ)
“완전히 꼬마 맞춤 여행이네” 라고 투덜대는 듯 한 남편의 멘트.
정말로 우리 부부는 명백히 꼬마에게 가득 초점을 맞춘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꼬마가 기쁜 게 나도 기뻐서 좋았다.
캠핑이니까, 아이처럼 놀아도 되는 거 아닌가 싶고..
사실 많은 부모들이 이런 이유에서 휴가는 대부분 아이들에 맞춰 보내고 있지 않은가?
남편도 도와주고, 꼬마도 무지 신나해 준 여행 코스들이 나에게도 200% 만족이었다.
게다가 이번 캠핑은 아들과 남편의 거리감을 확실히 줄여주었다. 오이디푸스를 아직 졸업하지 못한 꼬마와 아이와 살갑게 지내는 방법을 모르던 남편에게 이 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었을 것 같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이제는 머리가 굵어져버릴 꼬마와 남편은 가까워질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너무 뿌듯했다. 2박 3일의 캠핑카 체험이 꼬마에게는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빠의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남편은 아빠로서의 자존감을 한껏 높인 것 같았다.
아이러니이지만,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후 우리 가족은 조금 더 대화 거리가 많아졌고,
조금 더 친밀해졌고, 조금 더 가족 같아졌다.
이런 캠핑 또 떠나고 싶다!
그 동안 우리 가족 여행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