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제가 다니는 동네 책모임에서
강원도로 1박2일 이야기 캠프를 다녀왔어요.
하나둘 사라지는 산골분교(미다리분교)를 마을 분들이
농촌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분교를 통째로 빌려주고 있더라고요.
감자도 캐고
대나무 물총도 만들고
송사리도 잡고
전래놀이도 하고...
그리고 그냥, 그냥 아무 일도 없이
부른 배를 똑똑 두드리며 뒹굴뒹굴하기도 했어요.
해질녘부터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는데요
딸아이 책모임에선
독일 아동문학가 작품인 <누가 내 머리에 똥 샀어?>를 극으로 꾸몄어요.
극중 비둘기 역을 맡은 딸아이, 제법 잘 해내더라고요.
대사는 비록 서너 마디 뿐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한 편의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기억이 남지 않았을까 싶어요.
참, 비둘기 똥은 하얀색 화장지를 돌돌 말아서 준비했답니다. ^^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린 귀신 출연 <여우누이>를
엄마모임에서 선보였는데 그야말로 대박, 대박이었어요.
원작은 누이였던 여우가 막내아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인데요
저흰 납량특집으로 살짝 반전을 꾀했답니다.
여우가 죽어 환호가 터지는 순간
관객석에서 또 다른 여우가 스르르르 일어나며 “내 언니 어딨어~~~” --- 제법 으스스하지요?
그리고 대사가 많아서 버벅댔던 저는
결국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에서 웃음보가 터지는 바람에
엔지를 크게 냈어요. --;
그래도, 그래도 좋더라고요.
아이 챙기며 회사 다니며 연극을 준비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거든요.
관객은 100여 명 밖에 안 되는 동네연극이었지만
부담이 커서 실은 관두고 싶었어요.
엄마들이 괜찮다, 다 똑같다, 같이 해보자며 서로서로 보둠어준 탓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답니다.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잘 한 일일테지요.
그림자 극도 좋았고
우리말 노래 배우기도 신났어요.
늦은밤
아이들이 이부자리로 하나둘씩 쓰러지자
살금살금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엄마아빠들,
진정한 이야기 마당은 밤이 새도록 이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