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째의 유치원 등원길, 두 녀석은 밖에 나오는 순간 와다다다 신나게도 달립니다.
50미터도 채 가지 않았을 때 과하게 흥분한 첫째가 같이 달리던 둘째를 밀었고
둘째는 화단의 경계석(벽돌을 세워놓은 것)의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일으켜 세워보니 이마가 푹 찍히고 피가 눈까지 흘러내립니다.
놀라고 화가 나서 첫째에게 마구 화를 내고는 집에 가서 일단 소독하고 멸균거즈 붙인 후
첫째를 다시 유치원에 데려다주며.. 또 가는 길 내내 화를 내고..
유치원 문 앞에 다다르니 정신이 조금 듭니다.
'동생을 많이 아끼는 아이인데..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동생 피나는 것보고 많이 놀랐을텐데..
달래줘야 했던 걸 오히려 생채기를 냈구나.'
아차 싶어서 아이를 달랬습니다.
"우리 강아지, 놀다가 장난으로 그런건데 동생 다쳐서 많이 놀랐지?
엄마도 놀라고 화가 나서 너한테 무섭게 얘기했네.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동생 괜찮아. 엄마가 동생 치료 잘 받게 하고 잘 보살피고 있을게.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와~"
그제서야 아이가 웁니다.
너무 걱정이 돼서 유치원에 못 가겠다고 같이 병원에 가겠답니다.
안아서 토닥토닥 달래주고 유치원에 겨우 들여보낸 후 병원에 가보니
꿰매야한다고 큰 병원 응급실에 가라고 합니다.
12시에 응급실에 도착해서 오랜 대기 끝에 8시반쯤 퇴원을 했습니다.
4살 밖에 안 된 아이가 금식하며 목말라하고 배고파하는 것도 안쓰럽고
마취 때문에 몸은 못 움직이고 표정도 없으면서 하염없이 눈물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참 아팠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첫째가 가슴 아파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구요.
마취가 거의 풀려갈 무렵, 씩씩하게 치료 잘 받은 거 자랑한다고 사진을 찍어달랍니다.
찰칵!
종일 배가 고팠던 이 먹성 좋은 아이는 짜장면이 제일 먹고 싶대서 배달시켜 맛있게 먹었고요
걱정했던 첫째는 아침에 엄마가 달래주고
하원 후에 제일 좋아하는 친구의 엄마가 키즈카페에 데려가 주고
아빠 만나서 보드게임과 독서를 해서 다행히 기분이 다 풀렸답니다..^^
크면서 이 정도 다치는 건 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치니 마음이 참 아팠어요.
많이 아픈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은 얼마나 힘드실지 다시 한번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그래도 벽돌 모서리에 눈 다치지 않아 다행이고, 머리 다치지 않아 감사한 일이다 생각합니다.
다음엔 이런 상황이 되어도 다치게 한 아이에게 이러지 않으리라 반성 많이 하고
어제의 여파로 피곤해서 둘째와 낮잠을 두시간을 잤더니 이제야 몸이 좀 풀립니다.
이번 일로 아이들은 조금은 조심하게 되면 좋겠고
부족했던 엄마는 반성 많이 했으니 조금 더 성숙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