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전

[나는 농부다]

비 오시는 날, 여럿이 어울려 놀다가 전을 부쳐 먹으며 막걸리 한잔. 이게 시골 사는 맛 아닐까. 전 하면 가장 만만한 게 부추전이다. 부추는 다년생이라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누구보다 일찍 싹을 내민다. 눈 녹은 텃밭에 부추 싹이 올라오는 걸 보고 옛 어른들은 양기가 가득하다고 느꼈는지, ‘봄부추는 사위도 안 준다’는 말을 지어냈다. 우리 집 서방님 준다는 소리지.

봄비 오시는 날, 동네 이웃들 여럿이 모여 첫 부추를 베어 구수한 우리밀로 전을 부쳐 먹었다. 프라이팬이 달궈지고, 지글지글 부추전 첫판이 나왔다. 사냥감을 노리는 고양이처럼 젓가락을 들고 잽싸게 한입 먹어본다. 향긋한 부추 향은 좋지만 기대가 컸는지 다들 한마디를 한다. ‘이게 아닌데….’ ‘전이 두껍게 부쳐졌어!’ 말이 많다. 다음 판도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품평은 ‘이게 아닌데’다.

다른 분이 일어서 전을 부치러 나선다. 얇게 부치려 노력을 한 다음, 판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다. 주자가 또 바뀌고 막걸리도 거의 떨어져 갈 무렵, 드디어 선수 등장이다. 호떡 장사 경력을 가진 그이는 밀가루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제법 배가 불러 물릴 법한데도 다들 알뜰히 먹어 치운다.

나중에 우리는 이 일을 두고 ‘부추전 배틀’이라 이름붙였다. 이제 날은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어 날마다 베어 먹어도 다음날 다시 베어 먹을 만큼 부추가 쑥쑥 자란다. 텃밭에 부추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다.

기름 지글거리는 뭔가가 먹고플 때 전을 잘 부치는 방법을 소개해 볼까 한다. 토종 밀인 앉은뱅이밀은 구수하고 몸에 좋지만 수입밀가루와 달리 매끄럽지 않다. 그날 부추전을 부치는 데 애를 먹은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밀로 얇게 부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없을까?

부추전 배틀을 하던 날은 밀가루 반죽에 부추를 잘라 넣어 한 국자씩 부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전을 부치기는 쉬워도 시간이 지나면서 채소의 맛이 빠지고 얇게 부치기 어렵다.

이렇게 해 보자. 밀가루를 간만 하고 좀 묽다 싶게 푼다. 전거리는 따로 둔다. 그게 부추든 쪽파든 배춧잎이든. 프라이팬이 달궈지면 기름을 골고루 두르고 부추를 되도록 겹쳐지지 않게 얇게 잡고 밀가루 반죽에 담갔다가 바로 꺼내 팬에 살살 얹는다. 되도록 부추가 겹쳐지지 않고 부추 사이사이에 약간의 틈이 벌어지도록. 그 틈새로 밀가루 옷이 퍼지면서, 얇으면서도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전이 된다.

시어머니한테 이 방법을 배웠는데, 전을 프라이팬에 앉히자마자 손바닥으로 눌러주며 밀가루 옷이 골고루 스미게 해준다. 뜨거워서 어떻게? 처음 어머니가 하시는 걸 보고는 기겁을 했는데 걱정 마시라. 금방 얹은 전거리는 뜨겁지 않다.

팁을 하나 더 드린다. 한쪽이 노릇노릇 부쳐질 때까지 기다리며 팬을 살살 흔들어 전에 기름이 고루 스미게 해 주면 더 좋다.

장영란 <자연달력 제철밥상> 저자

(한겨레신문 2013.5.22일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3188 [요리] 찹쌀가루가 들어간 핫도그 만들기 ^^ imagefile [4] 아침 2017-11-05 7184
3187 [자유글] [박작가 9편]현직 사진작가가 알려주는 아기 사진 찍는 방법 꿀팁 [2] 박작가 2017-11-03 1747
3186 [책읽는부모]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를 읽고 양선아 2017-10-31 1643
3185 [자유글] 집에서 머리 자르기 imagefile [2] 아침 2017-10-29 4206
3184 [책읽는부모]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당연한 권리조차 투쟁해야 하는 imagefile 강모씨 2017-10-29 2000
3183 [요리] 베이킹이 이렇게 쉽다니~ 통밀 생크림 케이크 imagefile [2] 아침 2017-10-26 2347
3182 [책읽는부모]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 열린 마음으로 imagefile [5] 강모씨 2017-10-25 2690
3181 [자유글] 엄마의 스트레스 해소법 imagefile [6] 아침 2017-10-24 2382
3180 [자유글] 응급실에서.. 길고 무거웠던 하루 imagefile [5] 아침 2017-10-20 2153
3179 [책읽는부모] 책읽는부모 12기를 발표합니다~.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7-10-17 1895
3178 [책읽는부모] 책 읽는 부모 12기 신청합니다. kolmani 2017-10-16 2011
3177 [책읽는부모] <책읽는부모신청> 12기 신청합니다 :) eyejoayo 2017-10-16 1676
3176 [자유글] 저희 집 첫 보드게임, 생쥐만세 image [2] 아침 2017-10-15 3556
3175 [자유글] 6세 아들의 첫사랑과 헤어짐 imagefile [3] 아침 2017-10-11 2184
3174 [책읽는부모] 책읽는부모12기 신청합니다. elpis0319 2017-10-10 2085
3173 [요리] 처치 곤란인 푹 익은 바나나가 있다면~ 바나나 팬케이크 ^^ imagefile [4] 아침 2017-10-08 3342
3172 [책읽는부모] 책읽는부모12기 지원합니다 bonny1223 2017-10-07 1717
3171 [책읽는부모] 책읽는부모신청 minseo0819 2017-10-03 2349
3170 [가족]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imagefile [1] yahori 2017-09-29 2985
3169 [자유글] 아직 수욜.. qowp32 2017-09-27 2031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