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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부다] 숨쉬는 제철밥상

시골로 이사 오니 튀밥집이 있다. 동네 농부이신 할아버지 부부가 장날이면 문을 여는 튀밥집. 기계가 두 대인데도 손님이 많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노라면 할매들 이야기가 또 구수하게 펼쳐진다.

아들이 둘인 이웃은 뻥 한번 튀겨 오면 이삼일이면 다 사라진단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도 아이들이 쑥쑥 자랄 때 어지간히 뻥을 먹었다. 군입이 심심하니 이번 장날 뻥튀겨 먹을까?

튀밥집을 다니며 보니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뻥튀기. 시커먼 무쇠압력솥에 재료를 넣고 불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온도를 올린다. 압력이 충분히 올라가면 할아버지가 확 뚜껑을 열어젖힌다. 그러면 ‘뻥~’ 하면서 튀겨져 나온다. 뻥 하면 옥수수 강냉이가 최고다. 그다음이 쌀 튀밥. 현미로 튀기면 영양 만점 뻥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콩 종류로 까만 서리태, 노란 메주콩….

또 하나는 볶아서 차 만들기. 압력솥에 넣고 돌리며 볶는 것까지는 뻥튀기와 같지만 차 만들 때는 서서히 김을 빼가면서 볶는다. 다 볶이면 뚜껑을 열어 꺼낸다. 같은 옥수수로 뻥을 튀기면 강냉이가 되고, 볶으면 옥수수차가 된다. 차로는 옥수수와 겉보리를 많이 볶아 가고, 가끔 둥굴레나 돼지감자 말린 걸 가져와서 볶아 간다. 둘 다 삯은 한 솥에 5000원.

할매들은 몸집은 자그마하시지만 손은 커서 한번 튀밥집에 오시면 여러 솥을 튀겨 가신다. 그 많은 걸 할매들이 먹으려고? 아니다. 다 자식들 나눠주려고 그러시는 거지. 뻥만인가. 쌀, 김치, 기름, 된장, 고추장, 청국장…. 이 할매들 돌아가시면 도시 사는 자식들 누가 먹여 살릴까나?

뭘 튀겨 먹을까? 누룽지가 많으니 누룽지 뻥으로 낙점. 누룽지를 부셔서 통에 담아 나서니, 아들이 “쌀도 함께 가져가야 되잖아요.” 어? 가만 생각해 보니 맞다. 누룽지만은 못 튀긴다고 해서 지난번에 집에 돌아왔다 다시 나간 적이 있지! 어찌 그걸 까맣게 잊었을까잉? 그래, 튀밥을 튀기는 데도 노하우가 있지, 있어.

튀밥집 솥의 정량은 큰되 두 되. 쌀로 치면 3.6㎏. 누룽지를 튀길 때는 반은 쌀, 반은 누룽지. 보통 튀밥을 튀길 때 단맛 나라고 사카린을 넣어준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걸 많이 넣어 달라는 이도 있지만, 나는 반대로 절대 넣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면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나는 인공의 단맛이 없는 튀밥이 좋다. 사카린을 넣고 튀긴 튀밥은 첫맛은 달콤하지만 끝맛은 쓰다. 이걸 안 넣고 튀긴 튀밥은 첫맛은 심심하지만 곧 구수함이 느껴지고 끝맛은 은근히 달다.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고운 소금을 약간 넣고 튀기면 좋다.

튀밥이 튀겨져 나오면 할매가 아직 뜨거울 때 바로 비닐봉지에 꼭 여며준다. 그래야 바삭한 맛이 오래간단다. 튀밥을 보관할 때 되도록 밀폐해야 눅눅해지지 않고 갓 튀긴 듯 바삭거린다. 마지막으로 조심할 거 하나! 먹을 만큼 그릇에 덜어서 먹자. 안 그러면 끝도 없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장영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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