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c9b43fa2505a0456e39f541012fc95b. » 다이어트를 하기 전 내가 직접 싼 김밥.



오늘 아침에 남편이 서운하다는 목소리로 대뜸 내게 물었다. “냉장고에 있는 거 그거 언제 할꺼야?”



지난주부터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일주일 전에 마트에서 사다 놓은 김밥 재료들을 말하는 모양이다. 재료만 사놓고서 왜 일주일째 김밥을 쌀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항의의 표시로 읽혔다. 사실은 지난 주말, 일주일 간의 휴가를 마무리하며 힘들게 주말까지 일을 하는 남편과 두 딸을 위해 ‘김밥’ 만찬을 대접하려 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터였다. 김밥을 싸서 놀이터에 나가 볼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볼까 등등 고민을 했지만 토요일에는 정작 비가 왔고 일요일에는 용인에 있는 여동생 집을 방문한 탓에 김밥을 싸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며칠 간 김밥재료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남편의 질문에 ‘아~ 김밥!’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럴 때일수록 밀리면 안된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대답이 나갔다.



“다음주 월요일 수아 소풍을 가. 그때 김밥 싸줄거야.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내심 찔렸다. 남편도 분명 알고 있으리라. 소풍을 위해 일찌감치부터 김밥재료를 냉장고에 사다 놓지 않는 나의 평소 습관을. 다시 남편이 내게 물었다. “어제 점심에 뭘 먹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뭐 먹었는데?



“멸추김밥 사서 먹었어.”



“김밥이 먹고 싶었나 보네.” 천연덕스럽게 이 말을 내뱉었지만, 실은 남편은 지난 일주일 내내 김밥이 먹고 싶었던 것이다. 낮에는 회사일을, 저녁이 되면 남편을 대신해 두 딸을 찾아 돌보는 내 형편을 알아서 차마 김밥 싸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그런 남편의 심정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부인이라는 사람이 다이어트를 핑계로 가족들의 식단에조차 무관심하니 기어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남편의 투덜이 이어진다. 집에 라면도 없고, 참기름도 없고. 냉장고에 뭐가 있고, 식재료들 중에 뭐가 바닥이 났는지 알기나 해? “참기름은 사둔 거 있어. 당신이 못찾아서 그런거야. 라면이야 떨어지면 평소처럼 그때그때 자기가 담배 사면서 집앞 수퍼에서 사면 되지. 괜히 트집이야.”



지난 두달여간 다이어트를 돌아보니, 내 다이어트를 핑계로 가족들의 식단에 전혀 무관심했던 것 같다. 남편의 식사는 전혀 챙겨주지 못했고, 가끔 기분이 날 때만 남편이 좋아하는 얼큰한 찌개나 국 등을 끓여준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그동안 늦게 귀가한 뒤 주로 라면을 끓여서 밥을 말아먹곤 했던 게 생각이 났다. 남편이 라면을 워낙 좋아하는 탓에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말이다.



두 아이들의 식단도 이제보니 부실했다. 내 경우 집에 오면 먼저 큰딸에게 묻는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 그러면 큰 딸이 대답한다. 어떤 날은 돈까스, 어떤 날은 미역국, 어떤 날은 콩나물무침, 오뎅볶음. 그러면 난 그 음식만 대충 만들어서 두 딸을 먹이곤 했다. 나는 주로 저녁을 딸들이 남긴 밥과 반찬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크게 식단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이고.



나뿐 아니라 엄마들이 다이어트 하면서 하는 고민은 가족들의 식단을 어떻게 차려줘야 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음식을 직접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다이어트는 요원해진다. 가족을 위해 별미를 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숟가락이 입으로 한다. 견물생심이라고 음식을 한입 한입 먹다보면, 어느새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우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아예 ‘음식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먹고 싶은 욕구도 없고, 자연스럽게 음식을 섭취하는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음식을 안 보면 밥을 먹고자 하는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두 아이의 식단은 챙겨주면서도 남편의 식단에 무심했던 건 나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반성한다. 오늘부터라도 남편의 식단에 좀더 신경을 써야할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은 요즘 체중이 자꾸 줄어든다고 울상이다. 남편은 살을 뺀 지금의 내 체중보다 덜 나간다. 남편의 살이 빠지면 빠질수록 그 화살은 내게 돌아온다. 당장 이번 주말에는 김밥부터 싸야겠다.



여러분, 다이어트 한다고 해서 가족들의 식단, 특히 남편의 식단에 저처럼 무관심해지지는 마세요.~



<8월12일 식사>



아침 : 밥 1/3공기, 김치



점심 : 생식, 두유



저녁 : 해물떡볶이, 우동, 스파게티 각각 소량씩.(가족과 오랜만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가서 외식을 했는데, 시킨 음식들이 고작 저렴(?)한 면 음식들 뿐이다... ^^;)



<8월12일 운동>



러닝머신 20분, 자전거타기 30분, 근력운동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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