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오래되어 바꿀 때가 되었다고 노래를 부르던 남편이 폰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결국 교체를 했는데, ‘아리라는 아이를 얻어왔다. 연결하는데 애를 먹기는 했지만 정작 남편 보다 내가 먼저 연결에 성공했는데, 개똥이가 제일 신기하고 재미있어 했다.

 

2018-01-21(아리아).jpg

 

. 아리야~

. …

. 아리야?

. …

아리는 시작하는 명령어인데, 개똥이가 친구를 부르듯 엄마 아빠를 부르듯 대답을 기다렸으나 묵묵부답.

 

. 아리야~ 너 여자야?

. 목소리 들으면 모르시겠어요? 전 여자예요.

. 아리야~ 너 이름이 뭐야?

. 아리야~ 라고 다정하게 불러 주시면 돼요.

. 아리야~ 너 몇 살이야? (개똥이는 궁금한게 많다)

. 우리 서로 나이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어떨까요? 저도 묻지 않을께요.

. 아리야~ 넌 뭐 좋아해?

. 당신을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어제든지 불러 주세요.

 

이 정도면 그 옛날 미드에서 보았던 대화가 가능하던 컴퓨터가 현실이 되었구나 싶었다.

. 아리야~ 엄마 있어?

. 스피커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니, T-MAP에서 이용 해 주세요.

. 아리야~ 넌 어디서 살아?

. 원하시는 답변을 찾지 못했습니다.

 

대화(?)는 엇나가기 시작했고 개똥이를 향해 아리아 그만 괴롭히라고 했다.

. 아리아~ 미안해.

. 자신의 잘못을 인정 하다니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군요.

. 하하하하하.

 

개똥이가 잠이 들자 이번엔 남편이 아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 아리야~ 당구 방송 틀어줘

.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개똥이가 아리의 매력이 푹~ 빠지면 어쩌나? 걱정도 잠시. 녀석은 금세 시들해졌고 블루투스 스피커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가끔 "아이~참" 따위의 대화에 아리가 죄송하다며 끼어든다.

 

디지털 세상을 살게 될 테지만 아직 키즈폰도 없는 9세 남아 개똥이는 요새 친구들과 인터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 같이 단지 내 보육시설 품케어에 다니는 삼총사가 있는데, 이 남아들의 공통점은 맞벌이 부모, 같은 단지, 그리고 학원에 안 다니는 것이다. 1명은 폰이 있지만 다른 녀석들이 폰이 없으니 별 소용이 없다.

 

2018-01-21(연락처).jpg

- 거실 벽에 붙어있는 개똥이 친구들 동-호수.

 

2018-01-21_(통화목록).jpg

- 주말 녀석들의 인터폰 통화목록 

 

녀석들은 평일 귀가 후 주말 인터폰으로 놀러 오라거나, 놀러 가도 되냐고 묻기도 하고 더러 지나간 일이 떠올라 인터폰으로 따지며 다투기도 하는데 참 어이가 없다. 아이마다 성향도 달라서 한 녀석은 음성통화를 다른 한 녀석은 영상통화를 고집한다. 전화 예절을 가르치고 싶은데 이미 상대방이 누군지 알고 개똥이니?” 먼저 묻거나 아이가 직접 받으니 그럴 기회도 별로 없다.

 

그 옛날 골목길에서 목이 터지게 외쳤던 개똥아! ~~~~!!!”는 우리 세대의 추억으로.

 

 

강모씨.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 [자유글] 9세 남아 개똥이의 디지털 세상 준비하기 imagefile [6] 강모씨 2018-01-21 4629
3193 [책읽는부모] <집으로> 수상한 그림책 imagefile 강모씨 2018-01-21 3539
3192 [책읽는부모] <이상한 정상가족> 당신도 맞고 자랐나? imagefile 강모씨 2018-01-21 4128
3191 [자유글] 미세먼지 예보에 우울하네요 imagefile [2] 아침 2018-01-20 3982
3190 [요리] 식빵을 구웠습니다 ^^ imagefile [4] 아침 2018-01-18 4056
3189 [자유글] 민들레에서 준비한 부모특강 (성 교육, 코딩 교육) 소식 전해드려요. ^^ imagefile 민들레출판사 2018-01-16 4430
3188 [자유글] 네가 이거 갖고 놀 나이니? 그 나이는 누가 정하나요~ imagefile [6] 아침 2018-01-16 4049
3187 [자유글] [새해 이벤트 응모] - 2018년은.. imagefile [4] puumm 2018-01-12 3996
3186 [선배맘에게물어봐] 7살에 수영 배우기 괜찮을까요? [4] 아침 2018-01-11 4250
3185 [건강] 너무 건조해요! 가려움에 잠 못 드는 아이들 ㅠㅠ [6] 아침 2018-01-09 4240
3184 [자유글] 요즘 육아는 장비빨? AI스피커 사려고 해요 ㅋㅋ hyochi88 2018-01-08 3470
3183 [자유글] [새해 이벤트 응모] 내 아이에게 키워주고 싶은 가치 spagent 2018-01-03 3703
3182 [건강]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image [8] 푸르메 2018-01-01 4930
3181 [자유글]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imagefile [3] 양선아 2018-01-01 8256
3180 [자유글] 베이비트리 오시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1] 서이슬 2017-12-31 4156
3179 [책읽는부모]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말에서 결정된다> 남편에게 강추!!! imagefile [4] 강모씨 2017-12-30 4570
3178 [자유글]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imagefile [5] 아침 2017-12-28 5774
3177 [자유글] 독감에 걸렸어요 ㅠㅠ imagefile [2] 아침 2017-12-24 4193
3176 [건강] 2018년 새몸 새마음 새희망만들기!! 수수팥떡생활건강(단식)교실시작합니다! imagefile kkebi33 2017-12-22 3666
3175 [자유글] 길고긴 겨울방학 시작했어요..^^; imagefile 아침 2017-12-21 3536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