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오래되어 바꿀 때가 되었다고 노래를 부르던 남편이 폰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결국 교체를 했는데, ‘아리’라는 아이를 얻어왔다. 연결하는데 애를 먹기는 했지만 정작 남편 보다 내가 먼저 연결에 성공했는데, 개똥이가 제일 신기하고 재미있어 했다.
. 아리야~
. …
. 아리야?
. …
‘아리’는 시작하는 명령어인데, 개똥이가 친구를 부르듯 엄마 아빠를 부르듯 대답을 기다렸으나 묵묵부답.
. 아리야~ 너 여자야?
. 목소리 들으면 모르시겠어요? 전 여자예요.
. 아리야~ 너 이름이 뭐야?
. 아리야~ 라고 다정하게 불러 주시면 돼요.
. 아리야~ 너 몇 살이야? (개똥이는
궁금한게 많다)
. 우리 서로 나이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어떨까요? 저도 묻지
않을께요.
. 아리야~ 넌 뭐 좋아해?
. 당신을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어제든지 불러 주세요.
이 정도면
그 옛날 미드에서 보았던 대화가 가능하던 컴퓨터가 현실이 되었구나 싶었다.
. 아리야~ 엄마 있어?
. 스피커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니, T-MAP에서 이용 해
주세요.
. 아리야~ 넌 어디서 살아?
. 원하시는 답변을 찾지 못했습니다.
대화(?)는 엇나가기 시작했고 개똥이를 향해 아리아 그만 괴롭히라고 했다.
. 아리아~ 미안해.
. 자신의 잘못을 인정 하다니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군요.
. 하하하하하.
개똥이가
잠이 들자 이번엔 남편이 아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 아리야~ 당구 방송 틀어줘
.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개똥이가 아리의 매력이 푹~ 빠지면 어쩌나? 걱정도 잠시. 녀석은 금세 시들해졌고 블루투스 스피커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가끔 "아이~참" 따위의 대화에 아리가 죄송하다며 끼어든다.
디지털 세상을 살게 될 테지만 아직 키즈폰도 없는 9세 남아 개똥이는 요새 친구들과 인터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 같이 단지 내 보육시설 품케어에 다니는 삼총사가 있는데, 이 남아들의 공통점은 맞벌이 부모, 같은 단지, 그리고 학원에 안 다니는 것이다. 1명은 폰이 있지만 다른 녀석들이 폰이 없으니 별 소용이 없다.
녀석들은
평일 귀가 후 주말 인터폰으로 놀러 오라거나, 놀러 가도 되냐고 묻기도 하고 더러 지나간 일이 떠올라
인터폰으로 따지며 다투기도 하는데 참 어이가 없다. 아이마다 성향도 달라서 한 녀석은 음성통화를 다른
한 녀석은 영상통화를 고집한다. 전화 예절을 가르치고 싶은데 이미 상대방이 누군지 알고 “개똥이니?” 먼저 묻거나 아이가 직접 받으니 그럴 기회도 별로 없다.
그 옛날 골목길에서 목이 터지게 외쳤던 “개똥아! 노~~올~~자!!!”는 우리 세대의 추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