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군 수두에 걸렸습니다.
손가락에 물집이 하나 둘 잡히기 시작하더니
열이 39-40도까지 오르고 하루 이틀 새 온 몸에 물집이 퍼지더군요.
어릴 때 심한 아토피를 앓아서 수두 예방주사를 안 맞혀서 그런지
다른 친구들보다 심한 편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장장 9일에 걸친 수두 격리 생활.
어린이집도 못가고 형제도 없고 친구와 놀 수도 없는 형민군에게
유일한 놀이 상대는 엄마밖에 없었습니다.
사람 없는 나무 고아원에 가거나 역시 사람 없는 개울가를 찾아 다니고
혼자 놀 수 있는 전동차 타는 곳에 가서 뙤약볕 아래 2시간씩 자동차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아마 이 녀석에겐 수두 앓았던 기억 같은건 하나도 남지 않을 겁니다.
저는 아홉살 때 앓았는데 그냥 학교 안가고 집에서 놀았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그 때도 엄마가 이렇게 힘드셨을까...히유...
형민군 얼굴에 딱지가 떨어져서 흉터가 몇 개 생길 것 같은데
커서 그거 가지고 엄마 원망하기만 해보라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쯤이면 나도 이 며칠간의 힘들었던 시간이 그냥 한 순간으로만 기억될까요?
아님 하나도 기억 안난다거나... 흉터를 막아주지 못해 먼저 미안해 할까요?
암튼 다시 어린이집에 복귀한 지금은 만세를 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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