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천변에 가득 핀 벚꽃을 구경하려고 꼬마와 손잡고 나섰다. 웬일인지 흔쾌히 따라 나서기에 기분 좋았는데.. 울리는 전화벨 소리, 모르는 전화번호..
“집주인 입니다. 6월에 전세 만기 돌아오죠. 나가 주셔야 겠습니다.”
“네? 저흰 이사 다니지 않으려고 계약 연장하려고 했었는데요…”
“그러시면 지금 그 집을 사시던가요~ 저희가 들어가든지 팔든지 해야겠습니다.”
아이고..! 신혼 첫 집부터 지금 이 세 번째 집까지, 지난 6년 간 오른 전세금만도 1억이지만, 매번 쫓겨나듯 집이 팔리고 이사를 나왔다. 이번엔 그 징크스가 깨지려나 기대하고 있었다. 세 번을 이사하다 보니 안정된 주거지에 대한 욕구가 매우 충만한 상태이거늘.. 여지없이 이사를 가야 하겠네.. 아들과 함께 정다운 꽃 길 산책 데이트를 시작하자마자 기분이 빠른 속도로 망가졌다.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활기찬 사진도 찍어주려고 했는데, 엄마는 온통 이사 생각에 사로잡혀 휘적휘적 걷기만 했고, 아들의 포커스에 맞지 않는 셔터포인트에만 집착한 나머지 형식적인 사진 몇 컷만 찍고 말았다. 게다가 갑자기 추워지기까지 했다.
- 아들, 우리 이사가야 한대.
- 앗, 이사? 엄마 나 이사 가기 싫어~ 여기 좋단 말이야.
내 책이랑 장난감들이랑 다 가져갈 수 있어?
- 당연하지~ 우리 물건은 다 가지고 가는 거야.
- 그럼 저 방문은 못 가지고 가는 거잖아~~ 하며 울상 (--? 문짝은 왜 가지고 가겠다는 것인지)
- 벽이랑 문짝이랑 여기 달려있는 건 못 가져가
- 안돼~ 여기 4층(현재 우리 집)을 다 떼어서 가져가야지!
- 헉.. 그러면 이 아파트 무너져 아들아….
꼬마가 의미 있게 겪는 이사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기도 했다.
집주인, 집을 빌려서 쓰는 우리 가족.
설명하다 보니 새삼 집 없는 설움에 마음 복잡하기만 하다.
왠지 느낌에, “이사”에 대한 꼬마의 스트레스가 생길 거라는 것이 예감되었다.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하여 아무렇지도 않을 기질이 전혀 아니기에..
이사를 갈 때 어떤 걸 가지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제는 이사 가려면 몇 일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도 눈을 뜨자마자부터…!
새로운 집을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다음 번 집은 우리가 좀 더 편안하게 마음 놓고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래어 본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