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어느 새 해가 지는구나
앞에 선 건물이 성큼 다가온다
차가운 바람에
층층이 켜진 따뜻한 불빛들
자주 다녔던 길
그저 스쳐갔던 배경이
아빠 얼굴과 겹쳐진다
국민학교 때
남동생이랑 아빠랑 왔던
친척집 나들이
63빌딩 전망대는
서울 나들이의 상징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원이 건넨 말
침을 삼키면 어지러움이
덜하다고
덜하다고
메아리친다
어렸던 여자애는
이리 훌쩍 자라
여드름 송송 돋은
작은 소녀의
엄마가 되었고
멀리 서있는
빌딩 꼭대기의 간판은
주인이 바뀌었고
멀미가 심했던 딸아이가
토한 걸 치우느라
택시 안을 닦으셨던
아버지는
기억 속으로
퇴근길 따라
아련한 노을빛 따라
걷는 걸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빠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