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는 인형 옷을 여러 벌 구입하고
친정엄마는 마론 인형을 선물해 주셨어요.
기뻐하던 딸은 금세 싫증을 내고 오빠와 블럭놀이, 로보트 놀이를 주로 하며 노는데
인형놀이에 제가 빠져버렸지요.
다른 인형, 인형옷과 소품들 갖고 싶어서 눈이 빠져라 검색해보고
3월에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나면 마트가서 구경 실컷 해야지 하고 있어요.
(머리 묶었다가 풀었다가 땋았다가 옷도 갈아입고 신발도 갈아신고~
관절인형은 처음인데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네요^^)
제가 어릴 때 인형을 정말 좋아했는데 부모님이 많이도 사주셨어요.
인형도 많았고, 식탁, 캠핑카, 욕실, 주방 등등 재미난 장난감이 많았어요.
욕실 장난감은 욕조에 물을 받아서 놀 수도 있어서, 인형 씻겨주며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저희 할머니가 어느날 친구분과 그 손녀를 집에 초대하시더니
제 모든 인형과 소품들을 빼앗아서 친구분의 손녀에게 주셨어요.
울면서 저항했지만 다 큰 게 저 난리라며 하도 윽박을 지르셔서
겁이 난 나머지 포기하고, 상실감에 몇날며칠을 울었지요.
할머니가 사준 것도 아니면서, 그때 집에 엄마만 있었어도 날 지켜줬을텐데..
울면 운다고 또 혼나구요.
제가 그때 7살인가 8살이었는데 인형 가지고 노는 게 주책인 나이는 아니지요 ^^;
돌아가신 할머니가 아시면 "징한 것!"이라고 하시겠지만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속상합니다.
그때 채워지지 못한 욕구 때문에 인형에 열을 올리는 '덜 큰 어른'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7살, 5살인 저희 아이들.. 장난감이란 장난감은 모조리 우르르 쏟으며
살벌하게 늘어놓고 노는 거 보면 확 다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는데
이제 마음을 고쳐먹었답니다.
소중한 장난감에 대해서는, 그것을 가지고 놀 나이?
엄마가 판단하지 않고 그 나이는 스스로 정하는 것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