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일년에 두어번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계절마다 쓰겠다는 약속을 해놓고도 겨우 두어번입니다. 원추리꽃 필 무렵에 해야할 일과 사과꽃 질 무렵에 해야할 일을 아직 몸에 새기지 못한 2년차 얼치기 농부여서 그렇습니다. 농사일은 늘 밀려있고 손은 서툴러서 수수를 솎느라 이랑을 겨우 한 번 왕복하고나면 하루 해가 집니다. 새벽으로 간신히 쓰는 편지나마 당신의 주소를 알 수 없어 보내지 못하는군요.
궁벽한 골짜기 꽃 피었다 지고 바람 불고 비 내리는 이야기를 당신이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가파른 시절 앞만 보고 내달리다 문득 서서 내쉬는 '후우' 같기만 해도 좋겠단 마음으로 시작한 편지입니다. 물론 감자 캐고 옥수수 거둘 날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일명 '찌라시'이기도 하지요. 찌라시라도 '농부통신'을 보건대 읽을만은 할테지 너그러운 마음이시라면 주소를 알려주세요. '무신 날 각중에' 뜬금없이 종이 편지를 받는 일도 나름 즐겁더라는 몇몇 분들의 격려만 믿고 드리는 부탁이니 혹 무례했다면 용서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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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로 알려주시면 편하실까요? 제가 쪽지 확인방법을 익혀야겠군요.ㅎㅎ
이메일로 알려주셔도 된답니다. rural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