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부러워라. 사랑의 밧줄

자유글 조회수 6258 추천수 0 2010.06.01 17:32:43

아홉 살 아이들. 오늘 계발활동 시간의 주제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발표입니다.

아빠들이 좋아하는 건 주로 삼겹살, 술, 담배, 신문, 자동차, 게임...

엄마들이 좋아하는 건 주로 커피, 책, 음악 듣기, 술, 이웃집 아줌마친구들, 화장품...

동생이 좋아하는 건 내 장난감, 인형...



“저희 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건 사랑의 밧줄입니다.”



밧줄? 사랑의? 뭔가 심오한 철학이 느껴지면서 명문가다운 품위까지 느껴지는군요.



“그래? 좀 더 자세히 말해볼래?”



“네? 저... 그럼 앞에 나가서요?”



왜 앞까지 나온다고 하지? 저 녀석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걸.



 “저희 할머니께서는 매일 노래를 부르십니다. 그 노래가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입니다.”



 아이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한 번 불러보라고 난립니다.

아침마다 할머니가 교문까지 바래다주고 학교 끝나면 할머니가 운동장 벤치에서

기다리시다 함께 집에 가는 아이. 처음엔 그랜드마보이인 줄 알았는데(요즘 마마보이 대신 그랜드마 보이가 유행)

알고 보니 할머니 운동하시라고 일부러 할머니랑 같이 다니고 싶다고 했다는 아이.

정도 많고 생각도 깊고. 무엇보다 할머니에 대한 정이 남다른 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맞벌이 하시는 엄마,아빠 대신 할머니가 계셔서 하나도 외롭지 않다는 아이.

어버이날 편지 쓰기 할 때에도 할머니 편지부터 쓰고 엄마, 아빠 편지 쓸 줄 아는 아이입니다.

며칠 전 소풍 갈때엔 버스에 자리 있으니 할머니도 같이 가면 안되겠냐고 했던 아입니다.

손주를 길러도 저런 손주라면 얼마나 기를 맛이 더 날까요.



“요즘 살기가 마이 힘들잖아유. 애들 애비, 에미 다 돈 벌러 나가니 저 불쌍한 것 할 수 없이 제가 맡어 길를 수배끼 음쥬.



지가 허리 아푸다고 벤벤히 업어주지도 않았는데 뭐가 외로운지 할머이라고 저한테 잘 하는거 보문 내새끼다 싶고 그렇쥬.“



할머니도 손주 기르는 행복에 건강도 돌아오시고 운동하면서 허리도 많이 좋아지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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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흥을 깨지 않으려고 뒤로 살짝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찍으면서 아이 얼굴 표정을 못담는게

아쉬웠는데 막상 찍고 보니 친구들의 웃음 속에 아이의 표정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아이는 할머니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까딱까딱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그 표정과 몸짓에 재미있어 자지러지고

전 아이가 부르는 노랫말이 재미있어서 자지러집니다.

얼마나 좋은 가사입니까?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 사랑을 잡아두다니 말입니다. 아이와 할머니의 관계도

사랑과, 혈연의 밧줄로 묶여 있으니 할머니와 손자 둘이 맞잡은 삶이 참 행복하겠지요?



“우리 할머니 회갑 잔치 때 제가 할머니랑 부를거예요.”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어도 절대 손주 기르지 말자고 다짐을 하는데... 마음이 약해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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