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타기

나들이 조회수 9119 추천수 0 2015.01.08 02:53:29

겨울 방학이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 방학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보다 며칠 더 길다. 긴 방학을 어찌 보낼까?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몇 년의 방학을 겪다보니 이제 적응이 좀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밖으로 나가면 한 주가 잘 간다. 그렇게 4주나 5주를 보낸다. 첫 주는 크리스마스로, 둘째 주는 시골 다녀오기로, 이번 주부터는 바깥으로 나가기다.

 

겨울에 할 수 있는 바깥놀이 중 으뜸은 썰매타기다. 어렸을 때 집 근처에 제법 큰 내가 흘러서 겨울이면 썰매 타는 게 일상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놀았었다. 내에서 약간 더 산골짜기로 올라가면 내로 이어지는 두 계단의 작은 폭포가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폭포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시간이 날때마다 그리로 달려갔다. 위쪽에서 썰매를 들고 약간 뛰어오다가 폭포 내려가기 전에 썰매를 바닥에 놓고 배를 대고 누우면 자연스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렇게 동생들과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께서 철사로 썰매 날을 만들어 주셨는데 철사가 살짝 빠지면 썰매가 잘 나아가지 않아 툭툭 쳐서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썰매 아래를 스케이트 날처럼 생긴 걸로 만들어 온 아이들도 있었다. 저건 더 빨리 나아갈까 가끔 부러운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얼음 배도 생각난다. 동네 언니 오빠들이 얼음을 깨서 만든 거대한 얼음 배, 얼음 옆에서 출렁이던 물과 그 근처에서 신나게 소리 지르던 아이들 모습이 스쳐간다.

 

엄마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도 주고 싶어 시골에 갈 때면 썰매를 탈만한 곳이 없나 둘러본다. 예전에 썰매를 탔던 곳이 깊어져서인지 날이 덜 추워서인지 얼음이 꽁꽁 얼지 않았다. 폭포로 가는 길은 큰 나무가 가로로 쓰러져있고 길이 우거져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게 엄두가 안 났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밭 사이 시멘트 길 위가 얼어 있는 곳을 발견했다. 근처에서 뒹구는 비료포대를 가져와 조금 탄 게 전부였다. 그늘 진 곳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서 눈천사를 만들면서 이미 차가워진 손과 발, 때를 만난 듯 부는 칼바람에 아이들이 먼저 춥다고 가자 했다. 겨울에 외갓집 가면 얼음 깨면서 놀겠다 했던 아이들의 기대를 반짝 한파와 함께 찾아온 매서운 바람이 날려버렸다. 춥다는 말을 며칠 달고 살다가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창밖으로 보였던 눈썰매장, 시골에서 못해본 겨울놀이가 서울에서 더 가능할 것 같았다. 마침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이것.

 

보라매눈썰매장포스터1.jpg보라매눈썰매장포스터2.jpg   

 

이건 두말할 필요 없이 가보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 전화를 하니 얼음이 녹아 문을 안 열었는데 내일은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 얼음이 얼어야 탈 수 있지. 일기예보에도 밤새 추워진다고 했기에 같이 갈 사람들이 있나 연락하고 다음 날 확인 전화를 한 뒤 출발하는 걸로 했다.

 

드디어 썰매 타러 가는 날이다. 작은 가방에 귤과 따뜻한 차와 휴지를 준비하고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출발! 아이보다 더 설레는 이는 바로 나였다. 공원입구에서 하얗게 눈에 들어온 썰매장을 보고 먼저 발길이 앞서는 것도 나였다. 아이들에게 썰매와 창을 모두 챙겨주었다. 썰매에 끌어주는 끈이 매여 있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 각자 타게 했다. 주말이 아니라 사람이 적어서 어른에게도 썰매를 빌려준다고 했다. 바라던 바였다. 이 얼마만에 타보는 썰매인가! 처음 한 시간 동안은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 소리에 무조건 달려갔다. 썰매에 똑바로 앉기부터 창을 어떻게 잡으면 잘 나가는지 그 때 그 때 알려주면서 씽씽 달렸다. 높은 건물 옆을 해가 빠져 나오니 얼음 위가 환해지면서 덜 추웠다. 바람도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지만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는 줄어들었다.

 

썰매타기.jpg

 

썰매장 옆에 들어가서 쉴 수 있게 비닐로 가림막을 해놓은 곳이 있어 중간에 잠깐 쉬었다. 이제 타는 재미가 생겼는지 작은 아이가 자기 썰매를 들고 먼저 일어났다. 쉬고 나서는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다. 엄마가 빠르니 그냥 너희 모두 엄마를 잡으라고 했다. 쌩쌩 달리는 엄마, 아줌마를 잡기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따라왔다. 잡힐 듯 빠져나갈 때마다 들리는 안타까워 하는 소리, 서로 이름을 부르며 몰려오는 아이들 모습이 좋았다. 아이들 썰매 타는 모습이 처음과 달랐다. 엄마를 잡기 위해 쫓아올 만큼 실력이 늘었다. 작은 아이도 “엄마, 나 봐!”라며 자랑을 했다. 마지막에는 아이를 앞에 앉히고 크게 두 바퀴씩 돌았다. ‘애들에게 요런 재미도 있어야지. 아직은 체력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제 가야지 하고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잘 놀았다. 아이들 모아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나가기로 했다. 작은 아이는 가자는 말에 배도 안 고픈지 더 타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실은 엄마도 더 타고 싶었단다. 그럼 다음에 다시 갈 확률이 높아지는거지.' 

혹시 썰매장 오시면 신난 얼굴로 씽씽 썰매 타는 아줌마 찾아보세요. 저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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