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8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4.13총선과
2주기를 앞둔 세월호 참사로 마음이 하염없이 무거웠다.
하지만 밴드(sns)에 어김없이 쏟아지는
봄꽃 소식에 위로받으며
우연히 보게 된 사진이 있었다.
누가봐도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에
봄꽃이 활짝 핀 걸 보고 설레이는 마음에 시를 썼다.
청춘
세월이 보이는 가지에
봄을 맞아 하얗게
꽃으로 단장하니
늘 너는 청춘이구나
어쩌면
우리네 나이 먹어도
너를 보고
이리 설레이는 건
잊고 사는
우리네 청춘탓이 아닐까
'청춘'이란 단어가 평소 어색했지만
그날은 자연스레 뱉어지길래 그냥 썼다.
참고로 그날 본 사진 속의 나무는 수령 60년된 자두나무였다.
어느덧 4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봄꽃으로 화사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가을 단풍 못지않게 봄꽃으로 울긋불긋하다.
화사한 봄꽃들의 잔치뿐만 아니라
파릇한 잎들이 넘실대는 연초록빛 물결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다.
4월, 둘째를 낳기 전 내게 4월은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달이었다.
내신을 챙겨주어야했던 학원 강사일을 10년 가까이했었다.
봄꽃이 화사한 4월, 단풍구경하기 좋은 10월은
중간고사, 중3기말고사, 연말 입시준비 등
시험준비로 바쁜 달이었다.
지금 학원에 계신 선생님들도 여전히 이 시기를
바쁘게 보내고 있지 않을까.
그랬었다.
그 때는 1년 중 꽃구경, 단풍구경이 한창일 때
가장 일이 많았고 좀 더 아이들을 챙겨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었다.
어쩌면 충분히 나들이를 할 시간을 낼 수도 있었지만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마냥 부러워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1년 중 확실하게 기다려지는 때가 생겼다.
4월 5일을 전후로 한 며칠
바로 가로수 길 은행잎이 살짝 연둣빛으로 싹을 튀울 때이다.
새순의 은행잎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가로등에 작은 은행잎 새순이 비치는 모습,
작은 싹이 나뭇가지마다 돋아난 모습은
언제보아도 나를 설레게한다.
둘째를 낳고 학원 일을 그만두면서
시험을 대비해야하는 무거운 마음이 사라진 채 맞이한 4월.
그것만으로도 거리를 걸으면서 접하는
연둣빛 물결은 순간 행복을 준다.
투명한 흰색 철쭉의 청아한 빛깔
목련 꽃잎을 떨구고 바람에 일렁이는 이파리들
쭈욱 뻗은 자작나무 가지에서 번갈아 반짝이는 연한 회색과 초록빛깔
짙은 녹색잎 끝에 연한 초록잎으로 막 새단장을 하고 있는
작은 키의 관목들
가끔 길을 가다 손을 뻗어 연한 잎을 스쳐본다.
새로운 기운이 마구마구 느껴진다.
내일도 이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