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딸 진아,
오늘 하루 진이가 본 엄마 모습은 어땠니?
엄마가 일한답시고 컴퓨터 모니터에만 눈을 주지는 않았는지,
무얼하는지 모르지만 스마트폰만 오랜 시간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진이가 엄마와 놀고 싶어 칭얼거렸는데 엄마는 진이 맘도 모르고
진이가 더 크게 울때까지 내버려 두진 않았는지.
그래서 우리 진이, 서운했을지도 몰라.
아빠는 진작에 일 그만두고 진이하고 시간 더 보내라고 했는데
엄마는 무슨 욕심인지, 아쉬움인지 계속 일을 잡고 있단다.
진이보다 일이 중요한 건 아니야.
그건 비교 대상도 안돼.
엄마는 진이를 엄청 사랑해.
진이가 정말 소중해서, 진이를 안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
진아, 그런데 말이야.
엄마도 진이 가지기 훨씬 전부터 일을 했단다.
엄청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엄마 20대 시간을 쓰면서 쌓아온 일이고, 엄마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일이지. 엄마는 그럴려고 참 치열하게 공부했단다. 엄마 일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면, 이전의 엄마 모습이 아예 사라지는 것만 같아.
엄마가 너무 욕심이 많은걸까?
엄마가 다 그만두고 진이하고만 하루를 보내면 행복할까?
진이는 행복할까? 엄마는 행복할까?
진아,
엄마가 일도 하고, 진이도 돌봐주고 해서 분주하지?
엄마가 피곤해하는 것도, 아빠한테 더 도와줘야 한다고 하면서 싸우는것 보는것도 안쓰럽지?
...
엄마는 매일 밤 고민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진이도 엄마 나이가 되고, 아기를 낳고나면 이해되겠지?
다행히도 엄마 회사에서 우리 진이 보면서 일하라고, 집에서 일하도록 배려해줬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병행해 보자, 진아.
대신 엄마가 우리 진이랑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더 많이 눈맞추고, 웃고, 노래하고 그럴거야.
엄마가 일을 하든, 안하든,
진이는 그 사실 하나는 알아야 해.
엄마는 우리 진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진이가 오고 나서 엄마가 참 많이 성숙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뾰족뾰족한 사람이었는데, 참 많이 동글동글해지고, 감수성도 깊어졌다.
요즘은 어느 사람을 만나도 참 귀한 사람이구나 싶어. 그 사람도 그 부모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사랑을 줬을까 싶어서.
내일은 주말이다.
아무런 일 걱정없이 엄마는 진이하고 맘껏 늦잠 자고, 많이 안아주고 할거야.
많이많이 사랑한다.
우리 진이가 첫째로 태어나서 서툰 엄마를 받아주느라 고생이지?
잘 부탁한다, 진아.
6개월된 딸에게 서른살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