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 점퍼를 두고 왔어야지!!!        



따스한 봄날이지만 그늘을 지나거나 슈욱~하며 바람이 지날 때면 26개월이 된 둘째에겐 아직 바람막이가 필요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바깥놀이를 가는 둘째의 어린이집 생활도 고려해 매일 봄 점퍼를 입힌다. 이때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논란 없이 입히는 방법은 아빠가 먼저 입고 아이 것 두 개를 제시하며 그중 하나를 녀석 고르게 하는 것이다.    


한데 요 며칠 녀석이 시비를(?) 건다.


하원 시간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아빠를 보고는 “안녕(하세요.)”하거나 “아빠~” 하며 반가움을 전하는 대신 “아빠, 점퍼를 두고 왔어야지!”하며 훈계한다. 배웅하는 선생님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할 만큼 크고 지속적인 훈계를 하는 통에 선생님과 얼렁뚱땅 인사하고 녀석을 안고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다.     


다음날. 기특하게 어제의 일이 생각나 점퍼를 두고서 데리러 갔는데, “아빠, 점퍼를 입고 왔어야지.” 하는 것이 아닌가?

아휴~~ 이 변덕!!!


그렇게 하루 더 변덕을 보이자 아내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빠를 구박하는 아이의 모습에 신났는지, “내일은 가방에 점퍼를 넣어갈까” 하는 물음에 “그럼 가방을 두고 왔어야지!” 할 것이라 한다.

헉!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쩌나??


고민을 지나 번뇌하는 마음으로 가방에 점퍼를 넣고 어린이집에 갔는데,

나를 본 둘째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내 손을 이끌고 놀이터로 향할뿐!


아~ 이건 뭐지 :-(        



#2

아빠, 할 수 있어!!!    



아홉 살 첫째는 사촌 언니 덕에 매니큐어의 세계를 알았고, 둘째는 언니 덕에 세 살이란 어린 나이에 미용의 세계에 입문했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아빠가 잠자리를 준비하던 시간. 뜬금없는 둘 매니큐어를 생해내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거 발라주~, 엄마, 이거 발라주~”


엄마가 답이 없자 지나던 언니가 불쌍한 듯 쳐다보고는 “언니가 발라줄까?” 하며 다가선다. 뜻밖의 횡재를 한 둘째는 손가락, 발가락 스무 개를 뻗어 언니를 맞이한다.


먼저 왼손에 초록을 칠한 다음 오른손에 초록을 칠하자, 둘째는 발을 내밀며 분홍을 외쳤고, 언니는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난다.


이 상황이 지켜보던 나를 발견한 둘째가 “아빠, 힘내! 할 수 있을 거야!!” 그런다.

헉!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나는 알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에 이끌둘째에게 다가갔고,

녀석의  작은 발가락에 더 작은 발톱을 매만지며 ‘어디를 발라야 하지?’ 하 고개 숙여 생각하는 사이


둘째의 손은 아빠 머리를 쓰다듬고 녀석의 목에서는 “아~ 우리 아빠” 라는 소리가 흘렀다!    


그렇게 혼을 뺏긴 아빠는 묵묵히 매니큐어를 발랐고, 목적을 달성한 둘째는 유유히 방으로 사라졌다.

언니랑 놀고 남은 장난감, 매니큐어 정리는 보기 좋게 아빠에게 양보하고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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