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가 많은 이유

자유글 조회수 2910 추천수 0 2014.09.08 05:14:01

벌초를 한다. 중년의 두 아들은 예초기로 풀을 치고 늙은 아비는 갈퀴로 풀을 내린다. 원주변씨 삼의공파 26대손은 예초기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는 것만도 버거운데 일흔 일곱 25대손은 이 산 저 골짜기 흩어져 있는 산소들 가는 길이며 누구의 묘인지를 자식에게 알려주느라 마음이 바쁘다.

 

- 내 가고 나면 니들이 더 하겠나마는 내 있는 동안에는 해야지.

 

정승도 아니고 판서도 아니고 종육품 찰방이 입향조인 초라한 양반가. 명색이 종가였으되 25대손의 아비는 한국전쟁 때 끌려가 생사를 모르고 어미는 일찍 죽고 형제들도 어려서 죽어 25대손은 고아나 다름 없이 컸다. 가파른 현대사의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가까스로 버티느라 몸은 늙고 쇠했는데 늙을수록 뿌리에 대한 애착만 깊어지는 것이어서 해마다의 벌초가 근래 더욱 새삼스럽다.

 

- 다른 산소는 다 묵혀도 이 산소는 꼭 벌초하그래이.

 

아비의 어미가 묻힌 묘는 떼는 없고 잡초만 듬성듬성한데 할머니를 본 적 없는 그의 아들들은 그저 묵묵히 풀을 깎을 뿐. 아들도 산소는 망자가 아니라 남은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쯤은 아는 나이가 되어서 떼가 벗겨지고 봉분이 무너진 산소는 이제라도 묵혔으면 싶은데, 정작 마음이 쓰이는 곳은 봉분이 무너져 산소였던 흔적만 남은 자리. 그 자리에 뒹구는 쓸쓸함 따위가 마음에 걸려 아들은 또 생각한다.

 

- 내 가고 나면 형민이가 하겠나. 내 있는 동안에는 해야지.

 

그렇게 그렇게 쌓인 산소가 23기. 몰락한 종가로서는 너무 많은 벌초.

 

- 농부 통신 39

농부통신 39-1.jpg

 

놈부통신 39-2.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216 [자유글] 수수팥떡 최민희 대표가 전하는 임신·출산 교실 zeze75 2011-02-08 12048
215 [자유글] [답변포함] 모유수유에 대한 질문입니다. ssal1150 2011-02-01 8215
214 [자유글] [답변포함] 직장맘 젖떼기 gerade97 2011-01-28 11643
213 [자유글] [답변포함] 모유수유를 하고싶어요... k2k0708 2011-01-26 9245
212 [자유글] 건의사항 pansoeun 2011-01-17 4859
211 [자유글] 공구카페 사기 접수중(맘베이비) akohanna 2011-01-13 9012
210 [자유글] [2010년 송년회] 12월16일 베이비트리 송년모임 엿보기~ imagefile 김미영 2010-12-29 14023
209 [자유글] 두 돌 아이, 맞고 뺐기기만 하는데… imagefile jjyoung96 2010-12-25 8741
208 [자유글] 대학로에 풍덩 빠져 볼까요? imagefile sano2 2010-12-22 8994
207 [자유글] 장난감도 엄마손이 마법 imagefile 김미영 2010-12-22 11703
206 [자유글] 장난감 아직도 구입하세요? 빌려 쓰면 1석3조 imagefile 김미영 2010-12-22 16158
205 [자유글] 베이비트리에 공개한 ‘엄마·아빠표 장난감’ imagefile 김미영 2010-12-21 11934
204 [자유글] 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전액 삭감에 반대 청원 hsl810 2010-12-14 11136
203 [자유글] 씨티은행에 중고장난감 기증하고 그린산타베어 받아요! akohanna 2010-12-12 5583
202 [자유글] 성탄 카드 만들었어요 imagefile anna8078 2010-12-10 8296
201 [자유글] ‘크리스마스 보따리’ 함께 풀어요 imagefile sano2 2010-12-08 9807
200 [자유글] 아빠가 함께 아이 키우면 집도 회사도 웃음꽃 imagefile babytree 2010-12-06 11820
199 [자유글] 맞벌이 육아휴직, 부부 합쳐서 2년 서로 1년씩 쓰세요 babytree 2010-12-06 8650
198 [자유글] 육아휴직 뒤 ‘100% 복직’…‘재택근무’의 놀라운 힘 imagefile babytree 2010-12-06 14457
197 [자유글] “육아휴직 맘 편히 쓰니 일할 맛 나요” imagefile babytree 2010-12-06 14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