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요즘 한창 대소변 가리기 훈련 중인 리아가 아침에 일어나 아기변기에 성공을 하고 하이파이브에 칭찬 세례를 마친 후 제가 소변을 치운다는게 변기에 넣지 않고 세면대에 흘리고 물을 틀고 말았습니다.

'엄마 뭐해? 내 쉬야는 어디갔어?'
'어? 물고기 만나러갔지 (소변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틀며 잘가라 인사할때 쓰는 말입니다)' 
'근데 왜 손 씻는 데에 버려? 그럼 물고기를 만날 수 없잖아!!!'
 
아뿔싸, 요즘 둘째의 감기로 -두 달 조금 넘은 녀석이 리아가 유치원에서 업어 온 걸로 콜록콜록,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밤잠을 설치고 있는 제가 생각없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근데 이게 제 지옥의 전주곡이었을줄이야... 
리아는 통곡했습니다. 얼른 꺼내서 물고기를 만나러 가게 해 주랍니다. 세면대 물도 변기 물이랑 같이 물고기를 만나노라 몇 번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큰 아이의 울음소리에 한창 낮잠을 자야할 시간이었던 둘째도 울음 이중창에 가세했습니다. 녀석들 같이 부르려면 서로 맞춰가며 조화롭게 하던가 한소절씩 번갈아가며 할것이지 누가누가 더 크게 부르나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우선, 둘째를 안고 리아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조근조근 엄마 실수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 용서해라, 담부턴 절대 안그런다 사정하다 녀석의 목소리가 잦아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저도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녀석은 제 목소리에 묻혀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더 크게 소리지르며 울더군요.
그 소리에 둘째도 따라 울고... 오늘따라 날씨도 좋아 창문도 모두 열어놓았는데...누가 들었음 제가 두 아이 잡는 줄 알았을 겁니다.
그러더니 아가 놓고 자신을 안아달라는 겁니다. 안되겠다 싶어 둘째를 포대기로 업고 리아를 앞으로 안았습니다. 그림이 상상이 되시는지요. 전 졸지에 배부르고 등따신 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리아의 레파토리는 변함이 없고 제 팔은 더이상 제 것이 아니며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의 소음 공해 수준이 되자 견디다 못한 저는 리아를 땅에 내려놓고 엄마는 울면서 이야기하는 아이와는 상대하지 않겠다 강수를 두며 아이를 못본 체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따라다니며 울더군요. 자기를 빨리 안으랍니다. 
전 아이가 원하는 게 제 사과가 아니라 본인에게 집중된 관심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얼굴이 퍼렇게 질린 채 우는 갓난쟁이를 울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우선 한 아이라도 그치게 하고 보자 싶어서 리아를 달랬다가 아기를 달랬다가 해 보아도 그 때 뿐, 다시 다른 아이에게 눈이 돌아가는 순간, 녀석들은 빽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를 어쩌면 좋단말입니까, 얼마 전 어른아이님 글에 답장을 달며 둘째 강추를 외쳤던 저였건만 처음으로 내가 도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건지 후회막급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같이 울 수도 없고.. 
아이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려야한단말입니까?

이러다 둘 다 놓고 도망가지 싶어 속으로 숫자를 천천히 세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습니다. 절 미치게 했던 아이들 울음소리도 차차 멀어지더군요. 그러고는 무릎을 낮춰 리아 눈 앞에 앉았습니다. 한참을 아무말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가 이상했는지 울음을 그치고 의아한 눈으로 저를 응시하더군요. 그 때 암말 않고 그냥 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치즈 비스켓 먹을래?' 물었습니다.

둘째는 울다 지쳐 제 등에서 잠이 들고 리아도 자신이 사랑하는 비스켓을 먹으며 차분해지자 저는 쉬야를 잘 못 버린 건 엄마지만 고집피우며 우는 건 리아가 잘못한거니 엄마에게 사과하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좋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단순한 엄마는 아, 내가 이렇게 득도를 하는구나 내심 흐뭇해하기까지 했답니다.

오늘 저녁 목욕을 하다말고 리아 왈, '근데 왜 손 씻는 데에 버렸어?'

잊자 리아야, 난 네가 이러면 무섭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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