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양명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어려운 일을 겪게 되었다. 갑자기 집에서 편지를 보내어 아이가 병에 걸려 위급하다고 알려온 것. 당연히 근심과 번민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자 양명이 이렇게 충고한다. "이런 때 바로 공부를 해야 한다. 만약 이런 때를 놓쳐버린다면 한가한 때의 강학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마땅히 근심하는 것이 천리라고 여겨서 한결같이 근심하고 괴로워하기만 하고, 이미 '근심하고 걱정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우리네 통념으론 자식이 아프다고 하면 공부는커녕 최소한의 이성도 잃어버리는 게 마땅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양명에 따르면, 공부는 바로 그런 순간에 해야 한다. 특히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번민에 휩싸일 때야말로 마음을 탐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마음의 탐구, 이것이야말로 동서고금의 모든 철학의 귀결처에 해당한다. "사서오경은 이 마음의 본체를 말한 데 불과하다."(왕양명, '전습록')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희노애락은 그 자체로는 번뇌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은 거기에다 자신의 전도망상을 덧씌움으로써 스스로 번뇌를 쌓아간다. 그게 바로 두번째 화살이다. (정화스님의 말씀 중에)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 동안 해야할 일들로 시간을 쪼개써야했던 때가 지나고 방학이 찾아왔다. 막 책이 읽고 싶었는데 [이어가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이 읽을 책들이 생겼다.  갑자기 손에 잡히는 책이 많아졌다. 집에서 내가 늘 앉는 곳 바로 옆에는 언제든 펼쳐 읽을 책이 놓여있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컴퓨터와 책은 너무 먼 당신이었다. 이제 9살, 6살인 두 아이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둘이서 잘 놀고 엄마에겐 그만큼 엄마의 시간이 생겼다. 가끔이지만 두 아이를 재우고 잠 자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나의 경우, 독서는 치유다. 힘들 때,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책을 찾는다. 사람마다 이럴 경우 찾는 것이 다양하며 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행을 떠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지인과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등.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막상 걱정과 고민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바로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보이고 시간적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 일과 책은 나에게 문제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특히 책은 문제를 바라보는 내 맘을 안아준다. 문제만 생각하면 맘 속에 여기저기 삐죽삐죽 가시가 돋아나 내 맘을 찌르지만 책을 읽고나면 딱히 정답을 얻지 못해도 맘 속의 가시는 좀 둥글둥글해진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나를 다독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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