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1살 나이에 초보 엄마가 되는 문진(사진 오른쪽)씨. 지난해 결혼을 한 뒤 바로 아이가 생긴 것이 꿈만 같다. 주변에서 “나이 들어 임신하면 기형아 낳는다더라” “마흔 넘으면 자연분만 어렵다”는 등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씨는 임신 이후 일을 쉬고 있다. ‘왕률’(태명)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좋은 음악을 듣고, 밤마다 아빠와 함께 동화책을 읽어준다. 임신 6~8개월 동안 피아노도 배웠다.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책이나 인터넷 검색은 자제했다. 문씨는 “너무 많은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를 접하다 보면 불안감이 더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비도 있었다. 고령 임신부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임신성 당뇨다. 식사량과 간식량을 조절하고, 틈틈이 산책을 했다. 덕분에 임신 9개월째인 그는 임신 전보다 체중이 7㎏밖에 늘지 않았다.
마인숙(46·왼쪽)씨도 오는 3월 셋째를 출산한다. 두 아들 성현(13)이와 성훈(4)에게 남동생이 생길지 여동생이 생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마씨는 둘째아이도 마흔세살에 낳았다. 지난해 셋째아이를 임신했을 땐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낳기로 했다. 마씨는 “낙관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둘째도 진통 15분 만에 낳았다”며 “셋째 역시 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씨 역시 식단 조절과 복식 호흡으로 몸 관리를 잘 해오고 있다. 그는 시장, 서점, 마트 등을 다니며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 걸었다.
■ 35살 이상 고령 임신 증가
최근 35살 이상의 고령 임신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씨나 마씨처럼 마흔살이 넘어 초보 엄마가 되거나 늦둥이를 낳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갈수록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는 나이가 늦어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산모의 연령별 출산율 추이(1997년~2008년)를 보면 이런 추세를 뚜렷이 볼 수 있다. 1997~2005년까지 가장 출산율이 높은 나이대는 25~29살이었다. 그러다 2006년 25~29살 출산율과 30~34살 출산율이 같아지더니, 2007년부터는 아예 30~34살 연령대 출산율이 25~29살 출산율보다 더 높았다. 35~39살의 출산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져 이제는 이 연령대의 여성 1000명당 평균 26.5명의 아이를 낳고 있다.
■ 불안감 높은 고령 임신부들
고령 임신부들의 수가 느는 속도만큼, 고령 임신부들의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고령 임신부들은 일반적으로 임신 중 합병증으로 임신성 당뇨 위험도가 34살 이하의 산모들보다 5.6배 높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임신중독증, 자궁경관무력증,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임신 초기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산후 출혈 발생률이 고령이 아닌 산모들보다 훨씬 높다. 이런 사실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고령 임신부들은 쉽지 않은 대상이다. 질문도 많고, 의사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고령 임신부들의 불안감은 이들을 ‘팔랑귀’로 만든다. 주변에서 노산과 관련된 얘기를 들으면, 사실이 아닌데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보고, 의사에게 확인하러 오는 경우도 많다.
■ 불안보다는 웃음이 보약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다 하더라도 산전 진찰을 정기적으로 받고 체중조절을 잘한다면 건강한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잘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임산부들의 불안감이 높을수록 초기 유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많이 웃는 것이 최고의 태교이며, 건강한 아이를 낳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임신부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임신부는 물론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임신부의 몸에선 순간적으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아드레날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한다. 또 자궁 동맥을 통과하는 혈액량을 감소시켜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줘 저체중아를 낳을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쉽게 자궁의 태반 장벽을 넘어 태아의 뇌로 전달된다. 이 호르몬은 세포 분화를 저해하고, 뇌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막아서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방해한다. 심한 경우 태아의 뇌 크기까지 줄일 수 있다.
박문일 한양대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스트레스는 태아의 향후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집중력 장애와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음이 각종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좋은 음악을 듣고, 행복감을 느끼고, 많이 웃어야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고령 임신부의 산전검사와 몸관리
고령 임신부라면 기형아 진단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34살 이하에서는 기형아 위험도를 추측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하지만, 35살 이상 고령 임신부라면 직접 기형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융모막 채취 또는 양수 채취를 통한 염색체 검사가 필수다. 김문영 교수(제일병원 산부인과) 는 “일부 엄마는 양수 검사를 위해 바늘이 자궁을 찌르면 아이를 찌를 수 있다며 거부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말했다. 초음파 검사, 태아 안녕평가검사, 정밀 초음파 검사도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적절히 받으면 된다.
고령 임신부는 임신중독증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맵고 자극적인 식사를 피하고, 사탕이나 과자 등 단 음식은 자제해야 한다. 하루 염분 섭취량을 8g으로 줄여야 한다.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30대의 경우 기초대사량이 감소하면서 자연적으로 체중이 늘기 시작하고 지방층이 두꺼워진다”며 “과도한 체중 증가는 임신성 당뇨, 임신 중독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관리를 마지막까지 잘하는 산모들이 대부분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도움말:김문영(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박문일(한양의대 산부인과 교수) 김영주(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신 100일 전 태어나는 ‘정자’ |
고령 임신 불안 극복 6계명
고령 임신부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좀더 행복하게 임신 10개월을 보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래의 방법들을 통해 행복한 태교를 시도해보자.
① 웃어라, 고단하고 힘들어도: 웃음도 연습이다. 자꾸 웃으면 많이 웃게 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를 외치며 웃는다. 자궁이 있는 배 부분을 쓰다듬으면서 “넌 우리 아기가 자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야”라고 말하며 살짝 웃는다.
② 부부가 서로에게 유머를 선물하라: 아내와 남편이 서로 유머 쪽지를 주머니에 몰래 넣어 보자. 밖에서 일하다 지칠 때 우연히 발견한 유머 쪽지는 엔도르핀을 제공한다. 잠자기 전 재밌는 유머를 서로에게 들려줘도 좋다.
③ 웃음 태교일기를 써보자: 노트에 하루에 재미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웃었던 이유를 적어본다. 특별히 없다면 요즘 유행하는 유머를 적어도 좋다.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보고,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우스운 기사를 오려놓고 봐도 좋다.
④ 임신 중반기부턴 음악에 빠져라: 음악을 들으면 뇌가 활성화하면서 알파파가 증가한다. 알파파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불안감을 감소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임신 중반기 이후엔 태아의 뇌가 급격히 발육하며 대뇌피질이 형성된다. 태아는 엄마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⑤ 남편과 문화생활을 즐겨라: 남편과 함께 가벼운 여행을 다녀오거나, 공연이나 영화를 즐긴다.
⑥ 아내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라: 아내를 위한 작은 선물, 마사지, 웃음 이벤트는 아내에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도움말 박문일(한양의대 산부인과 교수) <웃음 태교>(김형준, 문경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