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선배들이 전하는 성공비결


주변 서투른 훈수 무시하고
확고한 의지로 전문가 도움 받아야
잠버릇 잘들면 ‘수유가 가장 쉬웠어요’


첫 주(1~7일)는 세계모유수유연맹이 정한 세계 모유 수유 주간이다. 최근엔 멜라민 파동 등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모유 수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제약회사가 지난 7월 임신중이거나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4345명 중 99%가 모유 수유를 했거나 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74.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모유 수유가 말처럼 그리 간단하고 쉬운 건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12개월 완전모유수유율(2006년 기준)은 3.2%에 그친다. 반면 분유수유율은 62.8%에 이른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셈이다. 어떻게 해야 모유 수유를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 모유 수유를 통해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4명을 만나 모유 수유 난관을 극복한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가능한 한 젖을 빨리 물려라

모유 수유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출산 직후 아이에게 가능한 한 젖을 빨리 물려야 모유 수유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태어난 뒤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모유 수유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제왕절개를 해서 출산한 엄마들도 될수록 빨리 젖을 물리는 게 좋다.

기자가 만난 엄마 넷 중 셋은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이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젖을 물리거나 2~6시간 안에 젖을 물렸다. 전문가들은 출산 뒤 늦어도 6시간 이내에는 젖을 짜기 시작해야 젖이 잘 나온다고 말한다. 3명의 엄마들은 또 산후조리할 때 모자동실을 이용하거나 아예 조리원이 아닌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서 아이와 24시간 붙어지냈다. 이렇게 아이와 대면 접촉이 많을수록 젖은 잘 나오게 돼 있다. 아기가 젖을 빨면 그 자극이 엄마 뇌에 전해져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유방에서 젖을 뿜어져 나오게 하기 때문이다.





















 











» 서울 영등포구 주민인 조혜진, 하선희, 이진희, 고미아(왼쪽부터)씨가 모유로 키우고 있는 아이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 아이들은 지난 7월 영등포구가 주최한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에서 입상했다.
 


 

엄마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모유 수유를 하겠다는 엄마의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진희(39)씨는 딸 진서(6개월)를 낳은 지 100일 정도 됐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모유 수유를 위해 통원 치료를 선택했다”며 “첫째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못해 우울증까지 겪은 탓에 둘째만은 꼭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혜진(30)씨는 유두 모양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젖꼭지가 너무 작아 아들 명준(4개월)이 젖꼭지를 잘 빨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실리콘 젖꼭지를 끼우고 2개월 동안 젖을 먹였다. 조씨는 “남편도 옆에서 격려를 많이 해줘서 힘들었지만 계속 젖을 빨리다 보니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어느 순간 아이가 젖꼭지를 잘 빨기 시작했다”며 “그 고비를 넘기니 이후론 모든 것이 쉽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주위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

모유 수유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잘못된 정보로 엄마들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시어머니나 친정엄마들은 자신들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조언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가 설사하는 것을 보니 네 젖은 물젖이다. 그냥 분유 먹여라” “분유가 엄마 젖보다 영양가가 높다” 등이다.

고미아씨는 주헌이가 6개월쯤 됐을 때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아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담당 의사가 “6개월이 지나면 엄마 젖은 영양도 없고 물젖이 되는데 왜 자꾸 젖만 먹이려 드냐”며 핀잔을 줬다. 담당 의사는 감기에 걸려 약을 먹어야 하니 젖도 떼라고 권했다. 고씨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과 의사가 그렇게 얘기하니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고 모유에 관한 정보를 찾아 읽었고, 소아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계속 모유 수유를 하기로 했다.

수면 습관 잘 길들이면 편해져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밤중 수유다. 모유는 분유보다 소화·흡수가 빨라 모유를 먹는 아이들은 밤중에 자주 깨곤 한다. 따라서 아이의 수면 습관을 처음부터 잘 들여놓으면 모유 수유가 한결 쉬워진다. 소아과 전문의이자 국제인증 수유 상담가인 정유미 의사는 “2, 4, 6개월 된 아이들은 밤에 5, 7, 9시간 동안 젖을 안 먹고 잘 수 있다”며 “처음부터 수면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모유 수유에 성공한 엄마 4명 모두 밤중 수유로 고생하지 않고 있었다. 고미아씨는 “저녁 늦게 목욕을 시킨 뒤 밤 10시에 아이를 재우면 새벽 5시나 6시에 일어나곤 한다”며 “칭얼거린다고 안아주기보다 토닥토닥해주면 잠이 든다”고 말했다. 하선희(35)씨도 “첫째 때는 모유 수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무조건 애가 울면 낮이고 밤이고 젖을 주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충분히 먹이고 수유 간격을 유지하니 아이가 밤에 잠도 잘 잔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도 ‘아는 게 힘’





















 











» 모유 수유 정보 도우미
 


 

모유 수유는 아는 만큼 잘할 수 있다. 따라서 출산 예정인 엄마들이라면 출산 전 모유에 관련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구청이나 모유 관련 기관에서 실시하는 모유 수유 관련 강좌를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유 수유 관련 책들도 찾아 읽으면 출산 뒤 당황하지 않는다.

하선희씨는 “첫째를 낳았을 때는 교육받을 기회도 없었고 그저 친정엄마의 경험을 듣고 했다”며 “둘째 때는 산후조리원에서 모유수유 전문가가 와서 강의를 해주고, 젖몸살이 있을 때 마사지하는 법 등을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젖을 먹이다가 문제가 생기면 지체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나 모유를 전문으로 상담하는 의료요원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모유 수유는 첫 일주일이 중요하므로 아기를 낳으면 생후 1주 이내에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정기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 ‘수유클리닉’ 정유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유클리닉’ 정유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기 떼놓는 조리원서 분유수유 한발 디딘셈  

“젊은 엄마들, 산후조리원에서 복부마사지 받고, 요가하고, 인터넷하고 그러는데요. 그런 것 모두 상술입니다. 그런 조리원 문화 때문에 모유 수유에 실패하는 거예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국제인증 모유수유 상담가인 정유미(사진)씨는 산후조리원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출산한 직후 엄마들이 아이와 모자동실을 쓰면서 최대한 많이 대면접촉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젖이 잘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를 낳은 직후 엄마는 아이가 잘 때 같이 자고 아이가 젖을 먹고 싶어할 땐 젖을 주면서 아이와 생활 리듬을 함께해야 아이를 잘 읽을 수 있다”며 “조리원에서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고 마사지를 받을 것이 아니라 젖 먹이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유회사가 임신부나 산모를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분유나 우유병, 노리개 젖꼭지 등을 선물로 주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리원에서 퇴실할 때 분유회사의 지원을 받아 분유를 선물로 주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모유 수유에 관한 국제 규약과도 어긋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정씨는 <삐뽀삐뽀 119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의 저자다. 남편은 육아부문 서적의 베스트셀러 <삐뽀삐뽀 119 소아과>를 쓴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그는 남편과 함께 서울 사당동에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남편에게 질병이나 예방접종에 관한 진찰을 보게 하고, 자신은 ‘모유 수유 클리닉’을 열어 모유 수유 상담만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모유 수유를 하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젖을 먹이며 문제가 생겼을 때 엄마들이 막상 상담하러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남편이 하루에 70~100명의 환자를 보는 반면, 정씨는 10여명의 엄마들에게 모유 수유에 관한 충분한 상담을 해준다.

모유 수유를 해본 엄마라면 알겠지만, 모유 수유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첫 출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젖 물리는 법부터 어려움을 겪고, 젖몸살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또 젖양이 부족하거나 넘치는 등 수시로 문제가 터진다. 그럴 때면 많은 엄마들이 다른 엄마들이나 친정엄마 등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다. 신세대 엄마들은 인터넷에 나도는 부정확한 정보를 참고하기도 한다.

정씨는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유 수유를 하다 보면 젖을 주는 일이 힘들어지고 그렇게 하다 보면 모유 수유에 실패하게 된다”며 “문제가 생기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모유 수유를 적극 공부해 국제인증 수유 상담가 자격증을 딴 전문의들도 늘고 있다. 이들이 모인 곳이 대한모유수유의사회(www.bfmed.co.kr/)다.

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DHA+면역성분+안정작용…엄마 젖은 종합선물세트

① 젖을 먹이면 아이큐(IQ)가 높아진다.

엄마 젖 속에는 아기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한 디에이치에이(DHA)와 아라키돈산 등의 물질이 적절한 비율로 들어 있다. 합성해서 분유에 첨가한 디에이치에이보다 엄마 젖 속의 자연산 디에이치에이가 흡수율이 더 좋다. 특히 미숙아일수록 모유가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져 아이큐가 8~9점이나 높아질 수 있다.

② 엄마 젖은 아기에게 첫 번째 예방주사

분유 수유아는 모유 수유아에 비해 장염(3배), 중이염(3배), 뇌막염(3.8배), 요로감염(2.5~5.5배), 폐렴 및 하기도감염(1.7~5배)에 더 잘 걸린다. 모유 수유아는 분유 수유아에 비해 신생아 시기 이후 영아사망률이 21%나 적다.

③ 모유는 알레르기도 적게 일으킨다.

분유 수유아는 모유 수유아에 비해 아토피성 피부염 및 천식에 더 많이(2~7배) 걸린다.

④ 모유 수유아는 질병에 더 적게 걸린다.

림프종, 백혈병, 고지혈증, 유아돌연사(2배), 1형 당뇨(2.4배)뿐만 아니라 2형 당뇨도 분유를 먹은 아기가 더 많이 걸린다.

⑤ 젖을 먹이면 아이 마음도 튼튼

갑자기 세상에서 나와 불안하고 힘든 아이에게 엄마의 젖가슴은 엄마의 자궁과 같은 편안함을 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⑥ 젖을 먹이면 산모의 산후 회복도 빠르다.

젖을 먹일 때 나오는 옥시토신은 자궁의 수축을 돕는 구실을 해 산후 출혈을 줄일 수 있다.

⑦ 젖을 먹인 엄마는 골다공증도 적고 난소암·유방암도 적게 걸린다.  

⑧ 젖을 먹이면 우유병처럼 소독할 필요도 없고, 분유 값도 덜 들어 경제적이며 편하다.

⑨ 젖을 먹이면 어느 정도 피임 효과도 볼 수 있다.

⑩ 젖을 먹이면 사회적 의료비도 절감되고, 분유 깡통과 우유병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도움말: 정유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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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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