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525799_00151999101_20141110 (1).JPG »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집 근처의 한 카페에는 “정숙한 실내를 위해 12세 이하 아동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에 많아졌다는 아동 금지 가게, 이른바 ‘노키즈존’이다. 언론에는 주로 5살 미만 출입 금지라고 소개가 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초등학교 입학, 10살, 12살 등 가게마다 나이 기준은 다들 다르다. 금지의 이유도 다양하다. 어느 곳은 정숙함이나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하고, 어느 곳은 안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가게들은 계속 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영업자에게는 영업 방침을 정할 자유가 있다. 손님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영업자의 재량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사회적인 한계가 있다. 예컨대 ‘흑인 출입 금지’를 내건 식당이 인종차별로 문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어디까지가 영업 방침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 보편적 기준을 세우는 건 쉽지 않겠으나, 특정 집단 전체를 사전 차단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조치라고 일단 의심해볼 만하다. 목청 큰 사람은 시끄러울 수 있으니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반발을 불러일으킬지 상상해보라.

흥미롭게도,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은 대체로 보호자와 양육의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불만을 말하는 인터뷰이도 대개 ‘엄마’로 소개되고, ‘무개념 부모’의 사례가 쟁점이 된다. 정작 출입 금지 대상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들을 가리켜 시끄럽고 위험한 존재라고 하며 출입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어른들’은 그들에게 묻지 않는다. 아이/청소년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는 어떤지를 따져보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단지 부모가 잘 관리하고 교육해야 할 대상으로, 어른들의 기준에 맞춰야 할 존재로만 언급된다. 노키즈존 문제가 육아에 대한 사회 문화의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또 다른 당사자인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없는 것 아닐까?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일종의 ‘아이/청소년 혐오’가 있다.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으며 민폐를 끼치는 존재, 어른들의 세계에서 배제할 타자로 보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작년에 일반논평을 통해 야간 출입 금지, 소음에 대한 관용 감소, 상가 출입 제한 등을 거론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이들을 ‘문제’ 또는 비행을 저지르는 존재로 여기게 하며 청소년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언론매체와도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이 아이들의 놀이·문화 활동을 저해하며,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배제당하지 않는 게 그들이 스스로를 인권을 가진 시민이라고 인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소수자란 자신의 목소리와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소수자는 주류의 기준에 맞추기를 요구받고,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배제를 당한다.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질수록 그 ‘기준’은 더 깐깐해지고 배제는 더 쉽게 지지를 얻는다. 여유가 없는 만큼 거슬리는 것들을 더 용인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확산되고 있는 노키즈존에 없는 것은 단지 ‘아이들’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들’이 아이들과 공존하려는 여유가 없다. 자기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소수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특정 집단에 대한 원천적인 차단이 일종의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없다. 노키즈존이 너무나 쉽게 늘어가는 이 사회의 모습이 두려운 이유이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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