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94548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강판권 교수 제공>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어제 온 식구가 시골에 감 따러 갔어요. 바라만 봐도 기특하고 신기한 탐스런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저 감이 저절로 붉어졌을리, 둥글어졌을 리가 없겠지요. 정성스레 돌봐준 우리 이모집 식구들 손길, 넓은 가슴으로 안아준 햇볕, 비오고 바람 불고 천둥치고 변덕스러웠던 여름 날들, 나비, 벌, 새 등 온갖 것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저리 탐스럽게 열렸겠지요. 이런 마음으로 감을 보니 아무렇게나 딸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라도 떨어질까 조심스레 꼭지에 손이 갑니다. 다른 식구들도 실수로 감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아~! 탄식을... 떨어진 감들도 조심스레 줍고, 바닥에 떨어져 상처난 감 몇 개, 나무 위 감 몇 개는 그동안 수고한 다른 이들을 위해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서는 길에 아버님이 "하이고. 아들이 우리 독하다카겠다. 저래 쪼매만 남기고 다 따가니. 허허." 하십니다. 너무 많이 따가는 거 같아 미안해하시는 그 마음이 장석주 시인 마음과 똑 닮아 아버님 뒷모습을 오래 오래 바라봤습니다.


 우리 아가도, 아가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도 저절로 붉어지고 둥글어지진 않겠지요? 앞으로 겪게 될 몇 개의 태풍, 천둥, 벼락들, 무서리와 땡볕, 초승달의 시간들을 고마워하며 살 수 있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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