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만의 명절

자유글 조회수 7056 추천수 0 2015.03.13 1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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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님이 올려 주신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대한 글을 읽고 몇 자 써 봅니다.
노동이나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진 못하지만, 일본에도 여자들만을 위한 날이 있어요.
매년 3월3일, '히나마쯔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명절인데
옛날부터 여자 아이들이 건강하고 무사히 자라나길 빌던 풍습에서 이어져내려오고 있다네요.

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3월3일에 그 아이만을 위한 인형(히나인형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인형)을 선물하고, 해마다 3월3일 즈음이면 이 인형을 꺼내 장식하며 가족끼리 히나마쯔리를 즐긴답니다. 음식은 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달콤,새콤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데 '치라시 즈시'라는
초밥이 메인 메뉴죠. 이 날은 학교 급식에도 이 초밥이 나오고, 전통과자도 후식으로 나오는데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너흰 여자도 아닌데 왜 먹어?" 하며 구박하듯 장난치기도 하고
아기 때부터 자신과 늘 함께 해 온 인형을 가족과 함께 장식하며, '여성임을 즐기는(?)'
그런 날로 자리잡은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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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대부분 초밥을 만들어 먹는데, 이날만큼은 각 가정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상을

차리는데 올해는 시어머님께서 며느리인 저와 딸아이가 좋아하는 춘권을 만들어 주셨어요.

이날 하루만큼은 할아버지, 아빠, 오빠, 남동생같은 남성들은 무거운 인형 상자를 나르는 짐꾼

혹은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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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히나 인형들을 할머니를 도와 장식하고 난 딸아이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초밥과 따끈한 춘권을 맛있게 먹으며, 가족들의 축하를 받았지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멋진 여성으로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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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많이 나는 철이라, 히나마쯔리에는 딸기를 이용한 디저트를 많이 먹는데
저는 생크림 딸기케잌을 만들어 갔지요. 시어머님께서 이 케잌을 참 좋아하시는데
초밥이 어머님께서 며느리와 손녀를 위해 만드신 음식이라면,
며느리인 저는 어머님의 히나마쯔리를 축하하는 의미로 케잌을 만들어 드렸지요.

집안에서 가장 어린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히나마쯔리는 세대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들이 즐기는 문화가 되었어요.
꽃샘추위가 여전하지만, 화사한 꽃으로 집안과 식탁을 장식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인형을 보고 행복해하며 여자로 태어나 사는 기쁨을 즐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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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70대 중반이신 저의 일본인 시어머님이세요.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제 3,4년만 지나면 꼭 100세를 채우실 증조할머님을

저희 시어머님께서 아직 모시고 사신다는 거예요.

<슈퍼맨>이란 프로에서 추사랑네 외가에 90세가 넘으신 할머님이 아직 정정하게 살아계시는 걸 볼 수 있는데, 일본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장수하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30년 넘도록 시어머님을 모시고,

한 명은 친정이 먼 직장맘(우리 동서), 한 명은 외국인 며느리(접니다^^)인지라,

며느리들이 바쁘고 힘들 때마다 언제든 달려가 손주들을 돌보셔야 했던 어머님..


조금씩 사회문화적인 차이가 있다해도,

어느 나라건 여성들의 삶이 고달픈 건 여전한 것 같아요.

세계 여성의 날이든, 히나마쯔리든,

0세부터 100세까지의 모든 여성들이 주인공이 되는 날을

단 하루만이라도 맘껏 즐겨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딸들이 "여자로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요."하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조금만이라도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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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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