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속닥속닥에 올라온 엄마의 꿈에 대한 글들을 읽었을 때,
<따뜻하고 아늑한 전시>라는 잡지 기사를 함께 보게 되었어요.
양희은,희정 자매가 손재주가 좋으신 친정 어머님을 위해 홈아트 전시회를 열어드린다는 이야기였는데, 칠순 잔치 대신 열어드린 개인전에 이어 이번이 벌써 팔순 기념으로 두 번째 전시회라더군요.
환갑이나 칠순 기념을 근사한 잔치나 여행이 아니라,
엄마를 위한 전시회로 열어드린다는 아이디어가 너무 신선하더군요.
세 자매의 어머니께선 어릴 적 딸들에게 바지를 기워줘도
한쪽 무릎엔 데이지꽃, 또 한 쪽 무릎엔 튤립 모양의 천을 덧대어 고쳐주실만큼 솜씨가
좋으셨다네요. 그 시절 어머니들이 대부분 그러셨듯 재능을 맘껏 발휘하거나 꿈을 이룰 기회조차
없이 자식과 가정을 위해 희생을 많이 하셨는데, 그런 삶의 시간 틈틈히 배우고 만들어 오신
퀼트, 가방, 포크아트, 가구, 생활용품, 유화 등의 작품들을 모아
<홈아트전>을 열어드린다는..

나의 엄마에게 잠재되어있는 감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선물하는 딸들의 마음과
칠순,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섬세한 재능과 의욕을 보여주시는 어머니의 모습.
정말, 가족이란 이름이 갖는 힘과 소중함이 느껴지는 훈훈한 전시회 같아요.
5월 28일부터 2주간. 대학로 샘터갤러리에서
<엄마의 꿈>이란 주제로, 85세 윤순모 작가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고 합니다.
오랫만에 친정엄마 손잡고 데이트하면 좋을듯^^
엄마로 살면서 꼭 이런 재능이 없다 해도, 30여년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 속에서 의미있는 무엇들을
골라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쓴 밥주걱,
아이들 도시락통,
아이들에게 어버이날 받은 그림이나 편지,
폭풍육아 시절 울면서 읽던 육아책,
손때묻은 포대기,
아이의 첫 밥그릇 ...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끝난 것 같은 엄마의 삶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이번주에 학교 단체여행을 다녀온 딸아이가 만들어 온 건데요.
강가에서 주운 작은 돌에 색을 칠해 만든 어미닭과 병아리 가족.
눈이 그려지지 않은 흰 색 작은 돌은 뭐냐니까, 걘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네요ㅎㅎ
이 귀여운 돌들도 잘 두었다가 환갑잔치에 전시해볼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베이비트리에 올린 이 글도 첨부해서ㅋ.
무사히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
숲에서 보았다는 신기한 새와 곤충들 이야기, 친구들, 선생님들 이야기...
들어주느라 귀가 따가울 정도인데, 이런 이쁜 이야기들을
어이없는 사고로 평생 들을 수 없게 된 엄마들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의 꿈, 엄마들의 꿈
작고 소박하더라도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