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둘째 출산 후에 육아휴직이며, 내년 4월말에 복귀 예정입니다.
꿀같은 휴직을 즐기고(?) 있던 어느날...부장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같은 부서에 있던 여직원이 복귀 대신 아이들을 손수 키우고 싶다며 퇴사 의사를 전했다며, 저의 상황을 확인하시고자 연락을 주신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미리 인력자원 계획을 미리해야 하니, 아직 날짜가 한참 남았지만 솔직히 좀 알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저는 솔직하게 50대 50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아이 둘을 맡기고 회사에 나가자니, 어디에 어떻게 맡길지 아직 결정을 못했고...육아에만 집중하자 하는 결심이 잘 서지 않아요. 그 결정은 전적으로 내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남편이, 이대로 쉬다가 퇴사하면 후회가 남지 않겠냐며, 일단은 복귀해서 다니다가 너무 힘들면 그때가서 결정하는 어떻겠냐고 하네요.
첫애는 내년 3월부터 집 근처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어요. 남자 아이 티오가 몇 명 없어서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도 저희 가족이 부모면접을 잘 봤나봐요. 8시 등원에 5시 하원. 등원은 아빠가 출근하면서 한다해도, 5시 하원이 문제입니다. 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여서 좀 애매한 상황이 됩니다. '하원 도우미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같은 반 친구들 엄마에게 부탁해야 하는 것인가?'
지난주에는 대기 걸어놨던 시립어린이집에서 첫째도 둘째도 내년 3월에 등원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첫째는 이미 등록한 곳으로 가기로 했기에 취소했고, 둘째는 큰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연기를 해 두었습니다. 직장맘에 두 자녀 이상이 되니 제 차례가 돌아오긴 하더라고요.
첫째를 봐주시던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둘째도 봐주실 수는 있는데, 11시간씩 봐주는 것은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이를 오전에만 가까운 가정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되면 양육자가 여럿인데 이래도 괜찮을까? 빡빡한 스케줄에 아이 하나라도 아프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고...아이가 둘이니 변수가 많구나.'
하루는 복귀하자 생각했다가, 그 다음날에는 어떻게 다 감당하지 하는 두려움이 앞서고...사실 마음은 육아 쪽으로 많이 기울었는데, 경력단절이며 집에서 이대로 퍼져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네요. 연말까지는 곰곰히 고민해보고 결정을 내려야겠어요.
답답한 마음에 세살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남우야, 엄마 회사 다시 나가도 돼?"
"응, 나는 시우랑 놀면 돼."
"진짜? 엄마가 없어도 잘 놀 수 있어?"
"응, 엄마 없어도 괜찮아"
"그럼 남우 밥은 누가 해줘?"
"이모가 줄 수 도 있고, 엄마가 줄 수 도 있고"
한달 후면 세돌이 되는데 아들은 그새 많이 컸네요. 엄마 회사 다닌다는 말의 의미를 다 알아 들었는지, 잠깐 외출한다는 말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대화가 된다니...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