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님의 글을 보고 그 시기 저 역시 같은 고민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매일 고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물론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처럼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간들. 정말 별거 아닌 것이 아닌 육아. 풀어놓으려니 별거 아닌 글로 정신없게 만드는건 아닌가 싶어 걱정되지만, 우리 직장맘들 그저 저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나만 이런건 아니구나 하며 힘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끄적여 봅니다.
저는 요즘 공기업정상화로 몰매를 맞아 한물 간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소위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에 다니던 엄마입니다.
(‘다니던’이란.. 감히, 아이가 7살 9살이나 되었는데 과감하게 육아휴직을 던져 이제 막 전업맘의 반열에 올랐지만 2주째에 접어드는 휴직생활에 완전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맘의 필을 더 잘 느끼는 직장맘과 전업맘의 중간맘이라 그렇게 적습니다.)
10년을 주말부부로 살아서 그런가 저의 소원은 그저 남편이라도 함께 살아 저녁에라도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서울, 아이들은 천안, 그리고 저는 대전에 세집살림을 하면서 ‘그래도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말을 실천해보고자 작은아이가 3살이 되던 해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이후부터는 쭉~ (여담이지만 그렇게 세집 살림을 하면서도 두 아이 모두 한 살반까지는 모두 모유로만 키웠습니다. 주중에는 쉴 사이 없이 유축기로 짜고 주말이면 우유배달 하듯이 아이스박스를 나른 시간만 3년. 자랑이 아니라 지금 하라면 도저히 엄두도 안나고 왜 그렇게 모유수유에 목을 매고 미친년처럼 그렇게 살았나 싶은 시기. 아마도 직장맘이라 주말에만 겨우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서였지 싶습니다. 모유수유 얘기는 언제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하겠습니다.)
# 3집이 2집이 되기 위해 처음 터 잡은 곳은 30년된 낡은 아파트
시댁에 맡겨두었던 아이들을 집을 구하고 데려오기 위해서 집을 먼저 구할 것이냐, 아님 어린이집이 되는걸 보고 집을 구할 것이냐는 외지에 홀홀 단신으로 내려온 주말부부 직장맘에게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회사 직장보육 어린이집에 원서를 넣고 기다렸고, 둘 다 입학통보를 받고 기뻐하며 들어간 곳은 회사근처 30년된 17평 주공아파트 4층. 그것도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 준다는 부동산아줌마의 협박에 단번에 계약할 수밖에 없었던 그곳 덕분에 3집 살림을 2집 살림으로 줄였습니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길도 좁아 10년 장롱면허로 처음 운전을 시작한 아줌마가 무수히 사고를 내며 다니던 그곳. 아이들은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으로 기억하지만, 그래도 나무도 많고 그럭저럭 살만한 곳이였습니다. 그나마 그럭저럭 살만했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것은 다른 직원은 두 아이중 하나만 입소통보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려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 7시30분에만 퇴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공기업은 칼퇴근 아니냐고들 합니다. 하지만 당시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는 본사는 10시는 기본이요 11시 이후에도 직원들이 남아 환하게 건물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장보육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간은 오전 7시30분 ~ 오후 7시30분. 저녁에 야간보육은 아이들이 힘들어 안 된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대부분 직원들의 연고지가 대전이고 또 부부가 함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엄마가 데려가거나,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니면 삼촌이나 이모라도 아이를 데려갈 수 있어 야간보육은 다수의 학부모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소수는? 아무도 없어서 아이를 데려갈 수 없으면?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 돌봐주시는 분에게 맡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당연시되던 그 때. 불과 3~4년 전입니다.
그때는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며 우는 아이 떼어놓고 출근하고, 다시 6시 퇴근하면 아이들을 데려다 아이들 돌봐 주시는 분께 맡기고 한차례 다시 우는 아이들 떼어놓고 회사로 들어가 일하다 10시 11시면 퇴근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돌봐주시는 분이 직접 가도 되지만,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데려가는 것은 제 엄마가 해주길 바랬고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울고 짜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일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눈을 떠서 1시간쯤 엄마를 보고 하루종일 어린이집에서 살다가 저녁에 한 30분쯤 잠시 엄마얼굴 확인하고는 돌봐주시는 분이 재워주셨습니다. 엄마는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 살며시 들어가 그 옆에 누워 잠을 잠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엄마였습니다. 매일매일 이렇게 사는게 맞나 싶어 하루에도 수십번 머릿속에서 답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았고, 그래서 찾아낸 소박한 소원하나. ‘7시30분에 퇴근해서 회사에 다시 안 들어가면 좋겠다’였습니다. 아이들 소원도 역시 그것.
# 2집이 1집이 되는길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버티던 2집 살이. 올해 다시 3집살이가 되었습니다.
작년말 승진을 한 이유기도 하지만 태어나 처음 가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주말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커가고 매번 전학할 수도 없고 그래서 어쩔 수없이 엄마혼자 내려가자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아빠혼자 아이들 맡게 되자 친할머니가 와 돌봐주셨지만, 낯선 곳으로 이사 온 곳에서 매일 한 두시간 남짓이라도 보던 엄마는 없고 학교도 전학, 유치원도 두어 번 옮기고.. 아이들에게 이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변화였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고 버티던 어느 날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얘야, 난 솔직히 여기와 있으면서 애들 봐줘서 행복하고, 일하는 우리 며느리 자랑스러워 좋다. 근데, 엊그제 애들 아빠 회식 있다고 늦게 들어온 날 있잖아. 그때 애들이 아빠 오면 잔다고 하다가 엄마보고 싶다고 우는데, 애 둘이랑 나랑 셋이서 같이 울었다. 나 어려서 부모님들 일찍 돌아가시고 나야 부모가 없어서 그랬다지만 얘들은 부모가 있는데도 이러나 싶어서 거실 앉아 셋이 울다 잤어. 어떻게 방법이 없겠니?”
그 전화를 받은 저녁. 한편으로는 시어머님이라 아들에게는 그런 말씀 안하셨을 텐데 하면서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 섭섭함은 잠시 가슴이 너무도 아파왔습니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모여 우는 세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요즘 유연근무도 있고, 시간제 근무도 있고... 일하면서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열심히 찾아봤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고속도로만 4시간 30분이상인 지역에서 유연근무도 시간제근무도 그 어떤 것도 갖다 붙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중 찾아낸 것. 다행히 올해 초 법개정으로 육아휴직 연령이 확대되면서 가능해진 육아휴직. 그걸 쓸 수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하필이면 정말 휴직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요맛에 승진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들며 일이 손에 붙어 재밌어지는 이때. 아이들 낳고도 출산휴가만 달랑 쓰고 복귀했고, 퇴근 후에 애들 데려다 주러 갔다가 감기로 소아과에 들러 조금 늦게 야근하러 들어가면 “아 재우고 왔나?”라는 말까지 듣고도 잘 참고 견뎠는데 이때 육아휴직을? 그리고 전국구 심지어 섬에까지 사무소가 있는 회사에서 휴직이 끝나 복귀할 때는 어디로 발령 받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서? 두어달 동안 그런 생각이 가득찬 머리를 이고 주말엄마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결정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간절함으로 절절한 이때. 조금은 아쉽고 서운한 생각이 드는 이때가 아니면 아이들과 평생 함께할 시간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앞세워 복잡하게 얽혀졌던 고민들을 털어냈습니다. 그리고는 애들 다 키운거 아냐? 셋째 논거야? 심지어는 어찌 소문을 듣고 ‘몸조리 잘하고 오세요.’라는 정중하고 상냥한 메일까지 보내는 후배의 인사를 받으며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법적으로 보장된 1년과 회사에서 추가로 인정하는 1년을 몽땅 쓰는 2년 육아휴직, 간 큰 육아휴직으로 우리가족은 처음 한집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선택은 늘 기회비용을 유발시키는 것이라, 반으로 줄어든 월급으로 어떻게 생활하나라는 고민과 새로운 삶, 전업맘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생활해야 하지? 라는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을 품고 말입니다. 첫 번째 고민은 일단 한 달 살아본 후에, 그리고 두 번째 고민은 그간 아이들이 어떻게 컸는지 흔적을 찾아보고 생각하며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제 주말엄마는 끝, 두 번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중간맘으로 진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