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나는 농부다] 숨쉬는 제철밥상

과일나무가 있다고 과일을 따 먹는 건 아니더라. 앵두는 꽃필 무렵 추우면 말짱 꽝이고, 자두는 새와 벌이 먼저 먹어 버린다. 살구 역시 꽃구경한 걸로 넘어갈 판이다. 과일나무들이 사람 손에 길들여져 온실의 화초처럼 바뀌고 있다. 한데 심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먹여 살리는 과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오디다.

‘방귀 뽕’ 뽕나무는 있는 듯 없는 듯 수수한 나무지만 어린순은 나물로, 이파리는 장아찌로, 줄기와 뿌리는 약재로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다. 게다가 그 열매 오디는 6월 한달을 가득 채운다. 뽕나무는 ‘내 열매를 먹어 달라’고 오디를 달고 맛있게 만든다. 동물의 뱃속에 들어갔다 똥으로 나와 씨를 퍼뜨리려고. 그러다 보니 씨가 뱃속에 오래 있지 않게, 확 뚫고 나온다. 사람의 손길이 없어도 자연에서 살아남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새도 그걸 알고 오디 철에는 오디 먹고 오디 똥을 싼다.

그럼 어떻게 먹나? 오디 인기가 높아지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 십여년 오디를 먹어본 경험을 들어보면, 싱싱한 건 그냥 먹는 게 가장 좋다. 뽕나무 아래서 오디를 따 먹어 보라. 아직 덜 익어 불그스름한 건 새콤하고, 농익어 건드리기만 해도 검붉은 즙이 묻어나는 오디는 다디달다.

오디

이런 오디가 부엌으로 들어오면 식재료로 두루 쓰일 수 있다. 샐러드는 물론이고, 콩국에도 얹고, 오디를 갈아서 주스나 우유와 함께 라테. 오디 물로 반죽을 해 오디수제비, 밥할 때 놓아서 오디 밥, 오디약밥, 오디 빵, 양이 많으면 두고두고 먹게 효소차….

오디를 두고두고 먹게 잼을 해 볼까? 오디는 포도처럼 작은 열매가 모여 한송이를 이룬다. 그 작은 열매에 달린 몽글몽글한 부분이 꽃 한송이 한송이가 수정해서 얻은 결과다. 열매의 모양을 살리려면 꼭지만 따고, 아니면 곱게 간다. 단맛 나는 과일이라 잼을 할 때 설탕을 좀 적게 넣어도 좋다. 다른 잼처럼 설탕을 동량 넣고 만들었다 식히면 딱딱하게 굳을 수도 있으니.

오디 3컵에 설탕을 1컵~1컵 반 정도만 넣고 버무려 한나절 절인다. 여기에 새콤한 과일을 조금 섞어서 잼을 하는 게 비결. 딸기나 자두야 말할 것도 없고 토마토도 좋다. 새콤한 과일을 갈아서 ⅓컵 정도 넣어준다. 그리고 들어간 듯 만 듯 소금 약간.

이 모든 재료를 넣고 졸이는데, 잼은 여러분이 더 고수일 수 있어 이만 줄인다. 혹시 아니라는 분을 위해, 밑이 눌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잘 저어주고, 식으면 좀더 굳어지니 그걸 계산해 좀 묽은 듯싶게 졸이길.

만들어 놓기만 하면 오디 잼은 매력 있는 식재료다. 샐러드나 라테는 물론이고, 찹쌀 넣고 밥을 지어 약밥, 시루떡 고명은 어떤가!

장영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

(*한겨레신문 2013년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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