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독립 만세 첫주.
일단 기분은 좋다.
아이들이 외할머니를 찾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아이들은 바로 적응했다. 엄마, 아빠와 지내는 시간이 마냥 즐거운가보다.
주말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봤다.
머리가 아프다.
닥치면 하지 뭐..
[월요일]
6시 기상.
세수를 하고 아이들 먹을 야채주먹밥과 국을 만들었다.
이미 두어시간은 회사 일을 했거나 시험공부를 한 느낌이다.ㅠ.ㅠ
어린이 집에 입고갈 옷을 챙겨 코디해 두고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남편보다 출근시간이 빨라 뒷 일은 남편에게 패스~
출근하며 문득 아침식사 배달해 주는 사이트가 없을까 생각해본다.
퇴근 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서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다행히 둘이라 엄마에게 놀아달라고 하지 않고 둘이 논다.
먹는 것 만큼은 엄마의 정성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준비한다.
저녁을 먹이기 전에 머리에 안개가 꽉찬 느낌이다. 가까스로 웃는 얼굴로 저녁을 먹이고 간.단.히 청소를 한다.
외할머니가 있을 때는 홈스쿨링도 가끔 해줬는데 무조건 취침을 위한 준비로 들어간다.
아.. 아빠는 아이들 저녁먹은 이후에 들어온다. 간.단.히. 청소를 하고 있는 나를보며 '너무 청결하려는 거 아냐?' 한마디 던진다.
[화요일]
아침에 어제와는 조금 다른 재료로 주먹밥을 만들고 일찍 집을 나선다.
어제 생각했던 아침배달 사이트를 회사에서 찾아본다.
참 많다. 그런데 모두 반찬과 국류인 한식 상차림이다. 한식은 상차림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몇 군데를 주요하게 찾아본 후 주문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주부인데 좀 더 노력해보자...
[수요일]
오늘도 맛난(?) 저녁식사를 준비해 먹이고 설겆이를 하려니 괜시리 짜증이 난다.
뒤늦게 피아노를 배워 '뚱땅뚱땅' 치고 있는 남편에게 궁시렁댄다.
"준비하고 먹이고 치우고 너무 힘들고 지친다 지쳐...기본으로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게 왜 이리 어렵지?"
목청껏 외치는 소리 끝에 슬쩍 설겆이를 하러 나온다.
내심 나도 미안하다. 좋은 말로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하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하기위해 머리를 쓰기도 벅찬 순간순간이다.
잠들기전 식기 세척기를 쓰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남편과의 실랑이는 언제나 설겆이 직전이다.
[목요일]
아침은 빵과 우유, 사과, 시리얼이다.
걸어서 회사에 갔는데 좀 늦어서 버스를 탔다.
저녁에는 큰 아이가 생선구이가 먹고 싶단다. 아파트 문을 나서서 생선을 사고 집에서 구워서 먹일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힘이 빠진다.
주변에 괜찮은 도시락집에 생선구이 도시락을 주문했다. 아이는 엄마가 해준 것 보다 더 맛있다고 좋아한다.
저녁에 남편이 있는 틈을 타서 거실과 방을 닦는다.
다시한번 말을 꺼낸다.
"결벽증 있는거 아냐? 계속 닦기만 해?"
참나. 하루 한번 닦는다. 닦을 때마다 먼지, 머리카락, 쓰레기가 나오는데...이게 결벽증?
걸래질 하다 허리를 펴니 머리가 핑~돈다.
'천삽뜨고 하늘보기 운동'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인가?
생각해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장가가기 전에는 본인이 집에 있는 시간에 엄마가 청소로 불편하게 하지 않았을 테니... 하지만 어쩌라구.. 난 직장맘인데, 집에 있는 시간에 청소를 할 뿐인데...
남편은 아이들 육아에 같이 동참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걸레질은 안되나부다. 내 입만 아플 뿐이다. 아니면 내가 참을성이 없나? 청소할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데...그러다 속터지지...
[금요일]
일주일에 한번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일. 아침 시간이 평소보다 더 바쁘다.
퇴근후 아이들을 데려와서 먹이고 씻기고 닦았다.
아침배달 사이트, 식기세척기는 얼마나 할까, '결벽증?'...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며 어린이집 한주 계획표를 정독한다. 물론 매일매일 '마주이야기'에 선생님이 써준 아이들 이야기를 읽고 답장을 하는 것도 내 몫이다.
이번주엔 무슨 일이 있었나 다음주엔 어떤 활동을 하고 준비물은 뭔가...난 궁금한데 아빠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토요일]
6살 큰아이를 위해 매주 토요일 도서관 문화강좌 종이접기를 듣고 있다.
늦잠자고 싶은 토요일이긴 하나 아이는 종이접기하고 엄마는 도서관 책도 보고 다른 아이들 엄마와 수다 떨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물론 아빠와 작은 아이도 함께 가서 그냥 논다.
평소 안면이 있었던 선배 엄마들에게 최근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나름의 반찬 노하우, 육아 노하우를 들려준다.
하지만 모두 내가 받아들이기엔 힘든 노하우들이다. 반찬 가지수도 많고, 직접 다 해먹이고, 시간대도 맞지 않고... 더욱 놀란 것은 아이반찬 아빠반찬 따로 하는 주부도 있었다. 그 주부는 본인을 위한 반찬은 해 먹을까?
하여간 좋은 엄마의 길은 멀게만 느껴지는 대화 시간이었다.
[일요일]
아이들은 근처 할머니댁에 두고 집안 대청소를 했다.
빨래도 하고, 잠시 쉬는 시간도 갖었다. 사실 어떻게 일요일이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난다.
한주는 이렇게 무사히 지나갔다.
물론 사이사이 아이 아빠도 노력했다. 내가 출근 하면 아빠가 애들 먹이고 입혀서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니 그도 힘들테지...
그의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역시 좋은 아빠?
나도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할텐데...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기본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 것이 엄마인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엄마는 슈퍼우먼이지 않나. 인성과 지식습득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엄마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언제나 기초과정을 마치고 중급과정으로 넘어 갈 수 있으려나...
첫주의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다.
가족 독립 만세 한달이 훌쩍 지난 지금...
첫주보다는 많이 상황이 나아졌다. 하지만 몸살이 왔고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 다음엔 첫주 이후의 소소한 일상들.. 틈틈히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