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6cd808130a38945cb42c180c9e78af8. » 한겨레 자료사진

어느날 자는 딸래미 입술을 들어 치아를 보는데 앞니 두 개에 구멍이 “뽕뽕” 나 있었다.



‘15개월 아이한테 무슨 충치가 생기겠냐?’는 생각과 시어머니께서 우리 남편을 다섯살 될 때까지 젖을 먹였지만 이 안 썩었다고 하신 말씀을 들은 터라 아이의 치아 관리에 좀 소홀하긴 했었다. 



울 신랑은 지금껏 충치 하나 없는데 반해 임플란트 하나에다 충치로 떼운 이가 다수인 나로서는 괜시리 나 닮아서 그런가 눈치가 보였다. 생김새며, 하는 행동이며, 다 제 아빠 빼닮아서 치아도 아빠 닮아 건강하겠거니 했는데... 



마침 며칠 뒤 휴가가 있어 딸래미를 데리고 근처 어린이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구멍 난 앞니 하나는 떼워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밤중 수유 때문인 것 같으니 당장 끊으라고 하셨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기에, 울 딸래미 낮 동안 엄마의 쭈쭈를 맘껏 못 먹어서 그런지 퇴근한 후 집에 가면 쭈쭈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심하다. 잠을 잘 때도 젖을 물고 자고, 새벽에도 한두번은 꼭 깨어 젖을 먹고 자는데 이 일을 어쩐담...



하지만 내가 그동안 건강하지 못한 치아로 받은 스트레스가 있기에 딸에게만은 이런 스트레스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당장 밤중 수유를 끊기로 마음 먹었다. 



딸래미에게 “우리 아가 이가 아야~ 해서 이제 밤에 엄마 쭈쭈 못 먹고 자요. 잘 할 수 있지요.” 하며 낮동안 계속 상황을 설명했다. 



저녁이 되고 그날따라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9시반쯤 되니 눈을 슬슬 비비고 하품도 하길래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눈치를 챈 건지 나가자마자 우는 것이 10분을 내리 울었다. 우선 볼 것이 많은 큰 도로로 나가니 버스 지나가는 것도 보고 언니 오빠들 학원 마치고 집으로 가는 것도 보고 하면서 잠시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잠이 오니 또 쭈쭈를 손으로 비비며 울기 시작했다. 달리면 좀 덜 우는 것 같기도 해서 딸래미를 안고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기도 했다. 집에서 나온 지 40분 정도 되니 잠을 이기지 못하고 딸래미는 잠이 들었다. 



1차 관문은 통과를 했는데 새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래미는 평소와 비슷한 2시반쯤 쭈쭈를 찾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남편은 미리 나에게 교육을 받은대로 딸래미를 안고 이방 저방을 걸어다녔다. 시간이 흐를수록 딸래미는 다시 잠에 취하기보다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는 모양이다. 



남편은 딸래미가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가리키는 것이 나를 찾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엄마 어딨지, 이방에 있나, 주방에 있나, 어 없네.” 계속 이 말을 되풀이했다. 방에 이불을 덮고 숨어 있는 나는 속으로 ‘애가 엄마를 찾아도 노래를 불러주거나 다른 얘기를 해서 생각을 다른 쪽으로 전환시켜줘야지 계속 엄마 어딨는지만 찾으면 어떡해.’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짜증이 났다. 딸래미가 내 얼굴을 보면 분명 쭈쭈가 더 생각날 것이라 생각이 들어 나는 이불 속에 계속 숨어 있었다.



남편은 한참 동안 딸래미를 안고 있다가 우리 방으로 와서 속삭이며 얘기를 했다.



“여보, 애기 젖주고 이 닦이고 자면 안될까?”



아잉... 남편은 왜케 애를 잘 못 재우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불에서 나와서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왜 이렇게 못 재우냐고, 그리고 이 닦여서 오늘 하루 괜찮은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밤새 안 먹고 자는 습관을 기르는 중인데 그게 말이 되냐고… 



여하간 첫날 딸래미는 새벽에 한시간 동안이나 깨어있다 다시 잠들었다. 6시반쯤 한번 더 깼는데 지금은 아침이니까 하고 수유를 하고 출근을 했다.



둘째날 저녁은 생각보다 빨리 잠들었다. 20분정도 안아주고 누워서 토닥여주니 잠이 들었다. 대신 새벽에 세 번 정도 깨서 안아서 다시 재웠다. 엄마품이라 그런지 내가 안아주고 달래주니 이내 잠이 들긴 했다.



3~4일 정도 이렇게 하면 잘 때도 알아서 누워서 스르륵~ 잠들고 밤에도 안 깰거라 생각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는 20~30분은 안아줘야 잠이 들고 밤에도 두세번씩 깨어 안아줘야 잠이 들었다.



주말 낮동안 쭈쭈를 많이 먹이고, 낮에도 여전히 젖을 물리고 재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말 낮에도 똑같이 젖을 안물리고 재워야 하는데 나도 피곤하다 보니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이틀 전에는 내가 퇴근할 때에 맞춰 할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역에 마중나온 딸을 안고 집으로 가면서 그냥 슬쩍 말을 던져보았다.



“우리 아가 오늘부터는 엄마 쭈쭈 빠빠이 할까? 우리 아가 이제 많~이 커서 엄마 쭈쭈 안 먹고도 잘 지낼 수 있지요.” 하는데 아이가 유심히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엥??? 말을 알아듣고 수긍하는 건가??



보통은 집에 오면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나를 앉히고 젖을 파고 드는데 이날은 집에 와서 뛰어다니며 혼자 노는 게 아닌가.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내가 밥을 먹으니 평소처럼 내 앞에 앉아서 이 반찬 저 반찬 끄적거리며 놀기도 하고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계속 쭈쭈를 찾지를 않는다.



두 돌까지는 수유를 할 생각이었는데 딸래미의 뜻밖에 반응으로 나는 이틀 전부터 완전히 모유수유를 끊었다. 남편은 딸래미가 가엽다고 좀더 먹이자고 나를 회유하는데 젖을 끊어서 딸래미에게 유익한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되었기에 나는 이번 기회에 수유를 끊기로 했다.



밤중수유 끊기 11일째... 수유 완전 중단 3일째인 오늘



딸래미는 부쩍 더 커 있었고 한번씩 쭈쭈를 만지며 달라고 애원할 때도 있지만 “우리 아가 많이 커서 엄마 쭈쭈 빠빠이~ 했잖아요.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지요. 고마워.” 하면 ‘알겠어요’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제는 누워서 뒹굴뒹굴하며 천정에 붙어있는 별도 보고 아빠, 엄마가 들려주는 노래도 들으며 잠이 들었다. 나는 습관처럼 새벽에 두번 정도 깼는데 딸래미는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자고 있었다. 



물론 오늘 저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안아줘야 잠이 들고 새벽에 또 다시 잠에서 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딸래미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흐뭇하다.



딸래미는 엄마 쭈쭈와 빠빠이 하는 것을 씩씩하게 잘 해내는데 엄마인 나는 왜 이렇게 안쓰럽고 마음 아픈지… 친구에게 이런 내 마음을 얘기하니 “15개월 먹였으면 됐어... 그런 마음 안 가져도 돼.” 한다. 그 말을 듣고 혼자서 내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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