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린이날은 일요일이었다.
어린이날이라고 딱히 아이를 위한 이벤트며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나가는 교회에서 달란트 잔치며 과자파티를 한 게 전부였다. 무심한 엄마 같으니라고.
어린이날 특별히 놀이공원이나 아이들 행사를 찾아가면 사람에 치이고 기다리다 지친다는 편견을 갖고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아이들이랑 집 가까운 놀이터나 가서 놀아줘야지 정도에서 그쳤다. 며칠 뒤 어버이날에 첫째가 어버이날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왜라고 물으니 "어린이날에는 특별한 선물이나 카드도 없으면서 어버이날에는 카드도 쓰고 카네이션도 접어야하니까." 아이 답변이었다. 그 얘길 들으면서 속으로 그랬겠구나 싶었다.
매년 이벤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에는 같은 유치원 다니는 엄마가 가까운 교대에서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다채롭게 한다고 사람들도 많지 않고 괜찮다길래 갔었다. 소개해준 엄마 말대로였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였을까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고 교대 학생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여러 행사를 준배해놓아서 하루 잘 놀았던 기억이 난다. 어찌된 것일까. 올해는 어린이날이 지나서야 '아차, 교대 어린이날 행사가 올해도 있었을텐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무심한 엄마 같으니라고.
내가 어렸을 때 어린이날이라...... 내 기억 속에는 어린이날 추억이 없다. 부모님께서 어린이날을 특별히 안 챙겨주셔서인지, 챙겨주신 날이 있는데도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난 쉬는 날이면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열심히 도와드렸던 기억뿐이다. 열심히 안한다고 부모님이 혼내시지도 않는데 땀을 흘려가며 조금이라도 더 거들어드리려고 했던 나. 지금 생각하니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안스럽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 양쪽에 부모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아이를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부모님께 어리광부리고 부모님 손을 잡고 걷고 싶어했었구나. 내 밑으로 동생이 줄줄이 셋이어서 아마 그럴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따로 위로 받아야하나? 그래. 아이 키워보니 골고루 안아주고 사랑을 주는게 쉽지 않지? 내 엄마, 아빠도 그러셨을꺼야. 이해하지? 그래도 잘 커줘서 고마워. 너 잘하고 있어. 너 잘 하고 있어. 내가 엄마가 되보니 쉽지 않지? 그래. 쉬운 게 어디 있겠니. 고비 고비 힘든 고비를 넘어가며 성숙한 어른이 되가는거야. 힘내라. 힘들 때 주저앉아 울더라도 울고 다시 일어나 살아내는거야. 언젠가 뒤돌아보면서 잘 이겨냈다고 나를 칭찬할 날이 또 있을테니까.
올해 어린이날을 그냥 넘어가 서운했을 내 아이들에게 매일 엄마의 사랑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내년 어린이날엔 예쁜 카드라도 써볼까 생각중이다. 무심한 엄마가 되지말고 아이에게 관심 갖는 엄마가 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