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경북 봉화. 서울의 두배 만한 면적에 인구가 3만이 안되는 작은 시골 동네랍니다.
아직 어린이날이 뭔지 모르는 형민군, 작년까지는 이곳에 고추 심으러 내려왔었어요.
올해 초 귀농을 하고 이제 애아빠가 고추 농사를 전담하게 되었는데
유난히 날이 추워 고추 심는 시기가 일주일 미뤄졌고
집 앞 강변에서 과자 축제를 한다길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아빠는 고추 심을 준비 하러 일찌감치 밭에 나갔고 저와 형민군만 과자 축제장으로 향했습니다.
후토스 인형극도 하고 과자 포장지로 호랑이 같은 예술품(?)도 만들고 재미는 있더군요.
하지만 정작 과자는 별로 없고 상인들과 애들 놀이기구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놀던 형민군, 갑자기 모래놀이에 꽂혔습니다.
날씨가 어떨지 몰라 옷을 덥게 입혔는데 그 땡볕 아래서 덥지도 않은지 열심히 모래놀이를 하더군요.
저는 이 녀석을 지켜 보느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같이 땡볕 아래 서 있었구요 ㅠㅠ
그러다가 물놀이를 하는 친구들을 보고 자기도 하겠다며 모래사장으로 내려갔습니다.
팔 다리를 걷어 붙이고 물병 하나 들고 물장난 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더군요.
저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계단에 주저 앉았습니다. 한시간도 넘게 물놀이를 하는데
해를 피할 데도 없고 완전 일사병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
옷을 다 물에 적시고도 더 놀겠다는 녀석을 잘 구슬러서 일단 집에 데리고와 옷을 갈아 입히고는
밭으로 직행. 여기는 조금 높은 지대라 또 춥습니다. 하루에도 온도차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빠와 큰아빠가 일하는 걸 보고 자기도 돕겠다고 밭 고랑 사이를 쉬지않고 왔다갔다 합니다.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큰아빠가 저녁에 짜장면을 사주신 것으로 어린이날을 마감했습니다.
점점 강철 체력이 되어가는 아이를 혼자 데리고 다니기에는 이제 벅차다는 걸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집 앞에 바로 강(이라기 보다는 천)이 흘러서 모래 사장에서 놀 수도 있고
여차하면 차 한대 다니지 않는 산골에서 놀 수도 있는 이 곳이 아이에게는 참 좋은 곳 같습니다.
엄마 마음에 재미있는 것 보여주려다가 엄마만 완전 힘들었네요. 으...
다음에는 그냥 밭으로 직행할까 생각중입니다. 혼자서는 정말 힘드네요.
그리고 어린이날은 선물받는 날이라고는 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