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57916891_20141007.JPG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가 일부 의원들의 문제제기로 ‘치약 국감’ ‘파라벤 국감’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소아치과 의사한테 올바른 양치질 방법을 배우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겠죠? 저는 화장실보다는 사무실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신문 등을 보면서 칫솔질을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사실이 회사 안에 너무 많이 알려져 이번 기사를 쓰라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면서도 그냥 선뜻 쓰겠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름 칫솔질의 원칙인 ‘3·3·3’(식후 3분 안에, 3분 동안, 하루 3번)을 넘어 음식을 먹기만 하면 칫솔질을 하는 나름 ‘의사’ 출신 의료전문기자 김양중입니다. 제가 칫솔질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겠지만, 사실 저의 치아 건강이 별로 좋지 못한 나머지 보철 치료를 받은 이가 많아서 음식을 먹은 뒤 칫솔질을 하지 않으면 입안이 불쾌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칫솔질을 자주 해도 치아 및 잇몸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 저를 따라서 하실 필요는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아무튼 저는 칫솔질도 자주 하고 파라벤이 들어간 치약도 자주 썼습니다.
각설하고 파라벤 치약 사건의 발단은 김재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5일 인체에 유해하다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들어간 치약이 국내에서는 버젓이 팔리고, 그 가운데 2개는 파라벤 기준치도 넘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됩니다. 김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파라벤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보존제의 일종으로 과도하게 흡수되면 유방암이나 고환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트리클로산은 살충효과가 있으며, 과도하게 노출되면 역시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나 정자 수 감소 등 생식기 이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부작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의 일부 주는 트리클로산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미국의 한 제조사 역시 트리클로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말만 들어도 우선은 살벌하네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입장은 일단 세계적인 자료를 봐도 두 물질 모두 발암물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파라벤의 함량 기준은 우리나라가 0.2% 이하로, 이 기준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의 0.4% 이하보다 낮으며, 미국처럼 ‘기준치 없음’보다 더 엄격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0.2%를 넘긴다는 두 품목 역시 함량 수치가 잘못 기재된 것일 뿐 실제로는 기준에 적합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트리클로산의 경우 치약에서의 관리 기준치는 없지만, 화장품의 기준치인 0.3% 이하에 견줘 봐서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치과의사 등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파라벤이나 트리클로산을 쓰지 않는 나라도 더러 있지만,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치를 잘 지켜 쓰면 해보다는 이익이 많다는 게 중론입니다. 습기가 많은 화장실에 보관하는 치약의 경우 자칫 세균들이 많이 자라나 오히려 치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적절한 양을 쓰면 질병 치료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약도 일정 기준을 넘기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되는 논리대로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치약을 습기가 적고 햇빛도 잘 드는 베란다에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어쨌든 관련 전문가들이 파라벤이 있다고 해도 이익이 더 크다 하니, 당장 파라벤이 없는 치약을 사러 달려가지는 않아도 되겠네요. 칫솔질 뒤에 입도 잘 헹궈야겠고요.

1412939262_00515557001_20141011.JPG » 김양중 사회정책부 의료전문기자 여기서 끝났으면 치약 성분을 한번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계기 정도였겠지만, 문제는 식약처가 저지른 헛발질이 드러나면서부터입니다. 7일 열린 식약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된 두 제품 가운데 한 제품은 수치 기재가 잘못됐다는 식약처 해명이 맞았지만, 다른 제품은 실제로는 0.2% 이하를 넘긴 0.21%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업체가 식약처에 파라벤 함량을 신고할 때 0.21%로 적어 냈는데, 식약처는 원래 함량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인정해 둘째 자리부터는 반올림하기 때문에 0.21%를 0.2%로 받아들이고 허가를 했다는 것입니다. 업체의 실수마저 가슴 따뜻하게 받아 안고 가는 식약처를 칭찬해야 할지 비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정중히 사과하고 넘어갔으면 될 일이 잘못된 해명 덕분에 더 커진 셈이 됐네요. 앞으로 식약처가 일본산 식품의 방사성물질을 비롯해 다른 식품에서 검출되는 중금속 등 유해성분도 반올림한다며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겠습니다.

김양중 사회정책부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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