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4740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이제 70일 남짓 된 아기를 안고 아직도 저는 발을 동동 구릅니다. 수유 도중 아기가 젖꼭지를 자꾸 놓치거나 수유 후 트림을 쉽사리 하지 않다가 왈칵 토하면 모든 게 엄마 탓인 것 같으니까요. 

담대한 마음을 갖아야한다고 수없이 되뇌지만 초보엄마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너무 잘 알아 더 걱정입니다. 아직도 모유수유에 흔들리고 있는 저를 위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모유수유가 어려울까?

 

우선 완벽한 솔루션을 가진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신했을 때 임산부 교실도 다니고 책도 좀 읽었는데, 가장 쉽게 생각한 건 모유수유였습니다. 아기는 나오자마자 바로 엄마 젖을 찾아 물 수 있다는데 설마 모유수유가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지요. 게다가 어느 책이든 젖 먹이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게 단 몇 줄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게 어려운 거지, 젖을 먹이는 일 자체는 어려울 게 없을 거라고 간과했습니다. 

동네의 작은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낳기 전에 모든 산부인과에서는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아기를 낳으면 바로 엄마 젖을 물게 해주고 간호사가 젖 물리는 자세를 봐 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정말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난산 끝에 아기를 낳았고 엄마아빠도 기진맥진해 있었기 때문에 아기를 바로 안고 모유수유하는 일을 미처 챙기지 못했습니다. 간호사가 아이를 가슴에 갖다 주면서 아기가 너무 힘들어서 젖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아기가 젖을 찾지 못한다며 이내 데려갔습니다. 다음 날 간호사로부터 젖꼭지가 짧아서 모유수유가 힘들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두보호기를 구입했습니다.

산후조리원에 가면 모유수유가 어렵다고 하지만 엄마가 힘들면 젖도 잘 안 나오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평생 고생이라는 말에 산후조리원을 택했습니다.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면서 모유수유를 잘 도와줄 수 있는 곳을 고른다고 골랐지요. 산후조리원 원장은 모유수유 자세를 알려주고 교정해주셨지요. 산후조리원에서 유두보호기로 수유쿠션에서 아기를 전혀 손대기 않고 수유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기에게 황달이 생겼고 혼합수유를 권장받았습니다. 서울대병원 수간호사 출신 조리원 원장과 연계 소아과 의사의 권유(?)에 따라 열흘 정도 혼합수유를 했습니다. 귀한 초유를 바로 먹이지 못하고 유축하면서 아파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조리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왔을 때 아기는 이미 젖병에 익숙해져서 엄마젖 빨기를 거부했습니다. 평소에는 순한 아이가 두시간에 한번씩 요란하게 울어대니 요즘 유축해서 젖병으로 먹이는 게 유행이라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는 모유수유를 계속하고 싶으면 울어도 단호하게 먹어야한다고 하더군요. 많이 울면 조금 진정시키고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하면서 아기와 엄마는 지쳐갔습니다. 가뜩이나 젖빨기를 거부하는 아기에게 유두보호기까지 쓰면서 수유를 하니 가슴의 멍울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이제는 수유쿠션에만 눕히면 울었지요. 결국 한 시간에 15만원짜리 수유전문가를 불렀습니다. 그때가 생후 이십일이었습니다. 그후 유두보호기 없이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기도 영리해져서 힘든 젖빨기를 완벽한 자세로 끝까지 수행해내지는 않아 아직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책, 강사, 산부인과 간호사, 산후 조리원 원장, 산후도우미 아주머니, 수유 전문가까지 많은 사람들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기는 모두 다릅니다. 엄마 젖도 제각각이지요. 때문에 나와 우리 아기에게 완벽한 솔루션을 아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그건 나와 우리 아기만이 찾을 수 있는 거니까요.


2. 사생활이 없는 엄마의 스트레스

3. 쉽게 가라는 세상의 유혹 

4. 직장 복귀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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